▶ 여야정 협의체 형식 기싸움 “5자회담 고집땐 현안 못풀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번 못 열고 지난 7일 종료됐다. 이날 국회에 견학온 방문객들만이 텅빈 본회의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여야가 정국 현안을 풀기 위한 고위급 대화의 참여 정당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과 함께 여야 5당이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개최를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5개 정당이 참여하는 회담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당 별로 일대일 회담을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문 대통령과 각 당 대표 간의 ‘1대1’ 회동을 역제안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여야정 협의체는 당연히 국회 교섭단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배제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여야정 협의체가 정상 가동되기를 희망한다”면서 “5당 대표 회동도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일대일로 영수회담을 하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청와대는 5당 대표 회담이 먼저 이뤄지면 일대일 회담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한국당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당 황 대표는 13일 “여러 사람이 우르르 모여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그 문제(1대1 회동)를 먼저 풀고 3당 회담 또는 5당 회담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3개 정당 중심의 여야정 협의체 역제안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5당이 모두 참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으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민스럽다”고 말해 협상 여지를 뒀다.
여야가 회담 참여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데에는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속내가 들어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패스트트랙을 함께 추진한 여야 4당이 모두 참여해야 유리한 고지에서 회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국 정상화 방안이나 대북 식량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할 때 ‘지원군’ 역할을 하는 정당이 많기를 바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 관계자는 “대통령과 패스트트랙 연대에 참여한 4당이 선거제와 남북관계 등 주요 현안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경우 한국당은 5 대 1 구도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 5당의 회담 참여는 여야가 공감하는 공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다. 114석의 한국당과 14석의 민주평화당, 6석의 정의당이 동일한 자격으로 발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합리적 기준을 찾자면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20석 이상)을 갖춘 정당인지 따지는 것이다. 여야가 회담 형식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인다면 조기 국회 정상화와 추경예산안 및 탄력근로제·최저임금제 관련 민생 법안 등의 시급한 처리는 어려워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회담 형식이나 의제에서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국정운영을 책임진 청와대와 여당은 5자회담만 고집하면 정치 현안을 풀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더불당과 자한당이 일대일로 만나야한다.
두드러기 오를까봐 만날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