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는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뜻하는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기자가 마라를 제대로 접한 적은 딱 두 번이었다. 처음은 중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현지 음식은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라샹궈를 주문했고, 다른 한 번은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점심 장소가 마라탕 전문점으로 잡혔다. 마라를 먹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선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셈이다.
‘프라이드치킨파’인 기자에게 마라 향이 진하게 밴 bhc의 신메뉴 ‘마라칸 치킨’은 꽤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다소 보수적인 입맛을 넓혀보자는 마음으로 마라칸 치킨을 주문했다. 주문한 지 30분 정도 됐을까. 마라칸 치킨이 도착했다. 냄새를 맡자마자 제대로 주문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라의 알싸함이 코끝을 찔렀다. 상자를 여니 양념치킨과 간장치킨을 반반씩 섞은 것과 같은 양념이 보였다. 치킨 위로는 길고 얇게 썰린 대파와 캐슈넛, 통후추 등이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
마라 양념이 고루 밴 닭 다리를 하나 들었다. 상상했던 알싸한 그 맛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행히 속살까지 양념이 배어 있지 않아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고기가 부드럽고 촉촉해서 강한 양념을 중화해주는 느낌이었다. 부드러운 피쉬볼은 세 알 정도 들어 있었는데 이것 역시 마라향이 세다고 느껴질 때마다 함께 먹으면 딱 이었다. 중간중간에 땅콩처럼 생긴 캐슈넛을 먹었는데 고소한 맛이 마라 치킨의 알싸함을 잡아줬다. 통후추는 혀가 얼얼해질 수 있으니 씹어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조금 겁을 먹은 채로 마라칸 치킨을 집어 들었지만 생각보다 맵지도 않았고 마라향이 강하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평소 마라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마라칸 치킨 역시 베스트 치킨 리스트에 오를 법하다.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동생은 맥주와 함께 먹으니 맛이 더 좋다고 했다.
마라 향을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가지 팁을 따르길 바란다. 우선 치킨이 도착하자마자 상자에서 치킨을 꺼내 접시 등에 따로 담는 것이 좋다. 맨 위에 올려진 치킨은 양념이 적절했지만, 바닥에 놓인 치킨은 양념이 잔뜩 버무려져 더 강한 마라 향을 내뿜었다.
이미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마라칸 치킨 리뷰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최근 마라를 활용한 음식이 유행하면서 매운맛 마니아들의 도전 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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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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