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간 사상자 수백명 발생, NYT “미, 반정부 세력 오판”
▶ 폼페이오 “군작전 가능” 엄포, 러“미 개입은 국제법 위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가운데) 대통령이 현지시간 2일 수도 카라카스의 군부대를 방문, 국방장관 등 군의 지지를 여전히 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AP]
정부군과 반정부시위대 간 충돌로 이틀 연속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베네수엘라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다만 군부 이탈 세력을 등에 업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단숨에 몰아내려 한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 봉기는 큰 소득 없이 끝난 분위기다. 대신 미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장외 국제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시위대는 노동절인 지난 1일(현지시간) 전날에 이어 다시 한 번 반정부시위에 나섰다. 과이도 의장은 수도 카라카스 동부 중산층 거주지역에 모인 시민 수천 명 앞에서 “정부는 어제 우리의 시위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실패했다”며 “자유를 쟁취할 때까지 우리는 매일 거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앞세운 정부군의 강경 진압도 이틀 연속 이어졌다. 인권단체 베네수엘라사회갈등관측소(OVCS)에 따르면 정부군이 발포한 실탄, 최루가스로 인해 이날 전국에서 130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카라카스에서 시위 나섰던 시민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사망해 정국 혼란으로 인한 사망자가 올해 55명으로 늘었다.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할 정도로 이틀 간 극한 대립이 이어졌지만, 과이도 의장의 이번 전복 시도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장회의(NSC)에서 베네수엘라 고문을 지낸 벤저민 게던은 가디언에 “과이도와 레오폴도 로페스(야권 유력 정치인)는 정보기관과 군부의 대규모 봉기가 일어나 마두로 대통령이 즉시 물러날 것을 기대한 듯 하다”라며 “이러한 목적에 비춰봤을 때 이번 봉기는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브라질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지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엘리아니 칸타녜지 역시 “과이도는 허세를 부렸지만 크게 패배했다. 이것(군사 봉기)은 처참한 작전이었다”라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봉기 시도가 실패한 것에 대해, 반정부세력의 힘을 과대평가한 미국의 오판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은 군사 봉기로 민중 폭동이 일어나 마두로 대통령이 실각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겁을 먹었거나, 혹은 그를 지지하기 때문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 과이도 의장도 이날 시민들에게 “고난의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마두로 대통령을 즉시 끌어내리려는 시도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음을 인정했다.
결국 남은 건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싼 열강의 충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군사작전이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은 건 물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와 쿠바의 개입이 베네수엘라와 미러 양국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개입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해 베네수엘라 사태를 사이에 둔 양국의 여전한 온도차만 확인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2일 과이도 의장을 “쿠데타 선동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는 전투 중”이라며 “배신자들과 선동꾼들을 무장해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TV로 방송된 이번 연설에선 군부 고위층들과 마두로 대통령이 함께 나타났다. 과이도 의장의 군사적 움직임에 맞서 군부 통제가 원활히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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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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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나 베네수엘라나... 악인이 지도자가 되면 백성들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