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참사 현장서 기도하다 맨몸으로 싸우고
▶ 범인 추격·대피 돕다 총상

마오리족 전사처럼 추모, 18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알누르 모스크 앞에서 학생들이‘하카’를 추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춤인 하카는 원래 전투를 앞둔 전사들이 추는 춤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사람을 환영하거나 추모하는 의식에도 쓰인다. [AP]
지난 15일(현지시간) 5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모스크) 총격 테러현장. 백인 우월주의자가 저지른 최악의 인간성 말살 상황이었지만,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영웅적 행동이 빛난 현장이기도 했다. 비록 대량 살상을 면치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영웅들의 희생적 행동으로 목숨을 건졌다.
18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 나임 라시드(50)가 대표적 영웅이다. 알누르 모스크에서 아들과 기도하던 그는 테러범이 사람들에 총격을 가하자 맨몸으로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의 용감한 행동은 역설적이게도 범인 브랜턴 태런트가 페이스북에 연결한 영상으로 생중계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나임 라시드 뿐만 아니라 결혼을 앞뒀던 아들 타라 라시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전세계 네티즌들이 일제히 추모했고 파키스탄 정부도 18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임란 칸 총리는 트위터 글에서 “파키스탄은 백인 우월주의 테러리스트의 범행을 저지하다가 희생된 라시드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9·11 테러 이후 증가한 이슬람 혐오범죄는 13억 무슬림 모두를 테러 집단으로 매도해왔다”며 무슬림을 겨냥한 이번 테러를 비판했다.
자녀를 보호하려는 부성애는 범인 검거에 원동력이 됐다. 네 명의 자녀들과 린우드 모스크를 찾았던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압둘 아지즈(48)는 범인의 첫 번째 총격 직후 사원 밖으로 나와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를 집어 던지며 범인에게 돌진했다. 갖고 있던 총의 총알이 떨어진 듯 범인이 다른 무기를 가지러 차량으로 이동하자 태런트는 계속 쫓아가 범인이 버린 총을 집어 던져 차량 앞 유리도 깨뜨렸다. 아지즈의 저항에 막혀 범인은 차량을 몰고 사원 경내를 빠져 나갔다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지즈의 행동이 총격범의 체포를 도왔다”고 보도했다. 그가 총격범과 맞붙어 시간을 버는 사이에 경찰이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린우드 모스크의 성직자는 AP통신에 “아지즈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더라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예배구역에서 신자들의 대피를 도왔던 호스네 파빈(42·여)의 사망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테러범의 총격이 시작되자 다른 여성 신자들과 아이들이 도망치도록 도운 뒤 남성 예배구역으로 가서 거동 불편한 남편을 찾다가 목숨을 잃었다. 파빈의 남편 파리드 우딘은 “다른 사람을 구하고 스러진 아내가 자랑스럽다. 아내는 자신이 사랑하고 나 또한 사랑하는 일을 했다”며 아내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 “비록 아내를 잃었지만 총격범을 혐오하지 않는다”면서 “그를 용서하고 그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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