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인수 뒤 5년간 유지된 로고…독립회사 정체성 반영, 기념일에 맞춘 로고변형 등장…‘구글 정체성’보여줘
▶ 빨간상자, 2017년 독립…모든 기기 침투한 위상 나타내
유튜브는 계속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진화할 것이다. 세상이 텍스트에서 비쥬얼로 변하는 트렌드에 마맞춰서 말이다.
하얀 플레이버튼이 놓인 빨간 상자. 이걸 보는 순간 당신은 어느새 손가락을 가져가고 있지 않나요? 이건 바로 ‘대세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YouTube)의 로고이다. 그런데 이 빨간 상자가 유튜브와 미디어의 변화에 맞춰 조금씩 달라져 왔다. 세계에서 가장 친숙한 로고가 된 빨간 상자, 그 역사를 지금부터 한번 들여다보자.
튜브(Tube)는 볼록한 모양의 브라운관 텔레비전(TV)를 부르는 속어이다. 그러니까 유튜브는 당신의 TV라는 뜻이다. 유튜브의 첫 로고는 이런 이름을 충실히 반영한 모양이다. 튜브를 둘러싸고 있는 볼록하고 부드러운 네모는 브라운관 TV를 단순화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처음 만든 건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조드 카림. 세 사람 모두 ‘페이팔 마피아’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인 페이팔 출신으로 이 회사를 매각해 막대한 부를 쌓은 사람들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 그룹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도 대표적인 페이팔 마피아이다.
젊은 나이에 부를 거머쥔 페이팔 마피아들은 친구들과 파티 동영상을 함께 보고 싶다는 데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로 ‘모두가 쉽게 비디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들은 엄청난 용량의 동영상을 그대로 전송하지 않고 용량이 낮은 플래시 형식으로 변환해 공유하기 쉽게 만드는 서비스를 최초로 만들었다. 유튜브는 2005년 이렇게 탄생했다. ‘쉬운 공유’ 덕분에 유튜브는 구글비디오 등 유사한 다른 서비스들을 제치고 치고 나갔다.
하지만 유튜브는 처음엔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시에는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 구글이 인수를 결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구글은 16억5,000만달러, 창사 이래 가장 많은 금액을 들여 유튜브를 인수했다. 구글의 온라인 광고 모델인 애드센스가 유튜브와 만났을 때 ‘빅뱅’이 일어날 거라는 걸 내다본 것이다.
그런데 인수가 된 뒤에도 유튜브의 로고는 그대로였다. 이건 유튜브가 여전히 창업 당시 경영진과 직원들이 그대로 일하는 독립된 회사로 남았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구글의 문화가 스며들었다는 것이 로고에서 확인되기도 한다. 로고를 기념일에 맞춰 변형하는 구글 특유의 ‘두들(Doodle)’이 유튜브에서도 등장했다. 유튜브의 로고 변형은 ‘유들(Yoodle)’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유튜브의 터닝포인트는 2010년이었다. 우선 긴 적자 터널을 벗어났다. 사람이 모이고 하루 조회 수가 20억회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2005년 창업 당시부터 쭉 경영을 맡았던 창업자들을 대신해 구글 출신의 살라 카만가가 대표(CEO)로 취임했다. 드디어 구글이 유튜브 운영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구글의 영향력 확대를 반영하듯 유튜브의 로고는 이듬해 바뀌었다. 튜브를 둘러싼 빨간색에 검정색이 섞였다. 이런 변화는 ‘코스믹 판다(Cosmic Panda)’라는 프로젝트 아래 진행됐다. 전반적인 디자인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구글플러스와 유사하게 바꾸는 프로젝트이다. 구글은 심지어 유튜브를 이용할 때 구글플러스 계정을 이용하게 했다. 당시 대세가 된 페이스북을 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구글이 너무 자신감이 넘쳤던 것일까? 이 당시 유튜브의 변화는 이용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구글플러스도 페이스북에 패하며 역대급 실패작으로 남았다. 구글플러스는 올해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흑역사’를 지우려는 듯 구글플러스와 결별한 유튜브는 2013년 로고 색을 다시 새빨갛게 바꿨다.
2015년에는 볼록했던 네모가 납작해졌다. 유료결제모델인 유튜브 레드가 나오는 시점에 이뤄진 변화였다. 유튜브 레드는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이 됐다.
미세한 변화는 있어도 튜브를 둘러싼 상자 디자인을 고수해오던 유튜브. 그러던 유튜브는 2017년 로고를 완전히 바꿨다. 빨강 상자는 드디어 튜브, 즉 TV에서 독립했다. 유튜브는 이런 파격적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대3이 아닌 다양한 화면 크기에 적용될 수 있고, 특히 스마트폰과 같이 크기가 제한적인 화면에서 더 눈에 잘 띄는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PC를 넘어 TV, 스마트폰 등 모든 디바이스 속으로 침투한 ‘대세 플랫폼’ 유튜브의 위상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대대적 로고 변화가 있었던 2017년, 유튜브는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을 역전해 안드로이드앱 사용시간 1위에 등극했다. 다른 서비스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상을 지배하는 빨간 상자는 이제 폴더블폰, 가상현실(VR) 장비 등 새로운 디바이스들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미디어 생활과 유튜브는 또다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빨간 네모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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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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