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결혼 연령 점점 늦어져, 유치원가방 멘 아빠들 일상화
▶ 직장 스트레스에 육아부담까지, 아이 희망 삼아‘고군분투’
“아빠, 할아버지 되는 거야? 싫어 싫어.”
이달에 쉰 살이 되는 직장인 한진영씨는 얼마 전 여섯 살 된 아들의 울음 섞인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몇 년 전부터 흰머리가 부쩍 늘어 염색으로 아들에게 ‘비밀’을 숨겨왔는데 그만 들켜버리고 만 것. 갑자기 ‘늙은 아빠’의 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마흔 즈음에 늦장가를 든 한씨는 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2년 전부터 건강과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쓴다. 최근에는 이마가 넓어지자 피부과를 찾아 탈모관리도 받는다.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너희 아빠 늙었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연말이 되니 가뜩이나 나이 듦에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자신의 희망이자 삶의 즐거움인 아들을 보면 건강관리와 함께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평균 결혼(초혼) 연령이 늦어지는 만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만혼으로 출산도 늦어져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4050아빠’들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결혼정보 업체 듀오가 최근 3년간 혼인한 초혼 부부 1,512쌍을 표본 조사해 작성한 ‘2018년 혼인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6.2세, 여성 33.0세였다. 지난 2006년 남성 평균 초혼 연령이 33.4세, 여성은 30.3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12년 전보다 결혼 연령이 3년이나 늦어진 셈이다. 특히 33세 이하 남성의 혼인은 크게 줄고 34세 이상 혼인이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는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노란색 어린이집 가방을 어색하게 둘러맨 채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원생을 보호자가 항상 데려다 주는 어린이집의 등원 풍경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난다.
서울 서대문구 환희어린이집의 이혜정 원장은 “아침에 자녀를 데려오는 학부모 중 40~50대로 보이는 아빠들이 많이 있다”며 “요즘 아빠들은 육아에도 잘 참여하는데 특히 4050아빠들을 보면 자녀를 위해 정말 열심히 생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린 자녀를 둔 4050아빠들은 대체로 직장에서 중간급 이상 직위에 있어 업무 스트레스도 많다. 맞벌이에 자녀까지 어릴 경우 집안에서 싫든 좋든 해야만 하는 육아 부담도 크다. 육체적 나이는 어느덧 중년이지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매일 고군분투해야 하는 셈이다.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 두 딸을 둔 아빠 김형호(50)씨는 “지금 내 나이대의 사람들을 보면 직장에서는 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밑에서 올라오고 위에서는 누르는 형국이며, 나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어린 두 딸을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이는 접어두고 하루하루를 참고 또 참으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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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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