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불법 입국을 시도한 혐의로 미국 국경순찰대에 억류됐던 과테말라의 7살 소녀가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차가운 시신으로 23일 조국 땅을 밟았다.
지난 8일 숨진 소녀 재클린 칼의 시신을 담은 흰 관은 항공기편으로 이날 오후 수도 과테말라 시티의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검은 영구차에 실려 고향인 산 안토니오 데 코르테스로 떠났다.
공항에는 이 나라 외교부 관리들이 출영했으나 재클린 칼의 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할아버지 도밍고 칼은 가족들에게 상경할 여비가 없는 형편이라고 탄식했다
현지의 친척들은 조그만 나무 제단을 설치하고 운구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영구차가 24일 새벽에 도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단 위에는 재클린의 사진과 함께 손으로 쓴 추모 메시지가, 양 옆에는 꽃이 가득 담긴 화병들이 놓여있었고 집 뒤편에서는수십명의 여자들이 조문객을 맞기 위해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산 안토니오 데 코르테스는 420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로, 대부분이 옥수수와 콩 농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포장 도로가 없으며 수도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은 농작물 수확이 줄어든 데다 일손도 부족한 탓에 최근 수년간 많은 사람들이 외지로 떠났다고 말했다. 숨진 소녀 재클린과 아버지 네리 칼이 미국행을 택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부녀는 163명의 이민자 행렬에 섞여 이달초 뉴멕시코주 국경에 도착했고 이달 6일 국경을 넘으려다 미국 국경순찰대에 붙잡혔다. 아버지 네리 칼은 당시 순찰대원에게 재클린이 구토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에 따르면 두 사람과 다른 불법 입국자들은 90분 동안 버스에 태워져 순찰대 사무소로 이송됐다. 그 무렵 재클린은 40.9도에 이르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구급대가 긴급히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헬리콥터로 텍사스주 앨 패소의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어린 소녀의 목숨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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