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호텔 수준 서비스·시설에 입주비만 수십만 달러
▶ 베이비부머들 은퇴로 수요 높아… 짓기만 하면 거의 완판
캘리포니아 샌타로사에 소재한 파운티그로브 랏지의 한 입주자가 정원에 물을 주고 있다. 이 단지는 노인들이 비교적 고정적인 지출로 한 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연속적 케어를 제공하는 은퇴 커뮤니티다. <뉴욕타임스>
파운틴그로브 랏지의 식당에서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전경을 볼 수 있다. 5성급 리조트 같은 분위기다. 지상에는 인상적인 와인셀러와 스파, 은행, 피트니스 센터, 영화관, 그리고 대형 야외 풀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올 71세인 윌리엄 베어드는 “수중 에어로빅 코스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운틴그로브는 리조트가 아니다. 새로운 개념의 럭서리 케어 은퇴 커뮤니티다. 이런 고급 커뮤니티들은 독립생활 단계에서부터 병에 걸렸을 때까지 한 곳에서 비교적 고정적인 비용으로 지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속시설들은 고급호텔이나 고급 크루즈 수준이다.
베이비부머들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수십억 달러가 고급 주택단지 건설에 투입되고 있다. 이 분야는 아직 규제가 일률적이지 않거나 느슨한 상황이다. 그리고 계약은 내용이 혼란스럽고 너무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베이비부머들 가운데 20%, 즉 1,500만 명 정도가 개인적인 연속 케어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저축을 했다는 일부 추산도 있다.
베어드와 그의 파트너인 존 케네디는 2013년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소노마로 이주했다. 베어드는 은퇴 커뮤니티에 대해 시큰둥했다. 하지만 그는 “디자인에 반했다. 내 집을 짓듯 마감이 잘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최초로 성적 소수자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 은퇴 커뮤니티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성적 소수자들은 케어 시설들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베어드와 케네디는 1,800 평방피트 아파트를 구입했다.
파운틴그로브는 ‘연속적인 케어 제공 은퇴커뮤니티’(C.C.R.C.)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약 2,000개의 C.C.R.C.가 있으며 거주자는 총 70만명에 달하다고 밝힌다. 많은 시설들이 입주비에 더해 서비스와 케어, 음식 등을 커버하는 월 비용을 요구한다.
노인관련 기관들을 대표하는 협회인 ‘리딩 에이지’의 대표인 스티픈 맥은 “기본적으로 당신의 미래 건강과 미래 필요를 전부 투자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맥은 “그 연속선상에서 당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던 다 제공된다. 여생의 지출을 락인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커뮤니티에 들어오는 노인들의 평균연령은 전국적으로 80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평균적인 입주비는 30만 달러 정도이다. 그러나 럭서리 시설의 경우 이보다 훨씬 높다. 파운틴그로브의 가장 큰 유닛인 투 베드룸 방갈로의 경우 입주비는 100만 달러이며 매월 부과되는 비용은 6,000달러가 넘는다. 이곳의 책임자인 로버트 메이는 “입주율 100%”라고 밝혔다. 현재 거주자는 100명이며 70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덧붙였다.
노스 달라스 지역의 수요도 대단히 높다. 현재 이곳에서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1억4,000만 달러가 들어간 럭서리 시설인 벤타나 바이 버크너가 건설 중이다. 이곳에는 950에서 2,000 평방피트의 아파트 186 유닛이 들어서며 컨시어지 수준의 서비스, 그리고 고급 식단 등이 제공된다. 입주비는 40만 달러에서 180만 달러까지이며 월비용은 최고 1만1,000달러에 달한다. 이 시설 관계자는 “모든 입주자들을 귀빈처럼 모시는 것이 사명”이라며 “최고급 호텔과 리조트 수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81%의 예약이 끝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들의 입주비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 또한 적지 않다. 이런 입주비는 누군가의 평생 저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 부동산 거래와 달리 이런 시설 계약에는 부동산 업자가 개입하지 않는다. 또 연방법으로 규제되지도 않는다. 단 38개 주가 각자의 규정을 갖고 있을 뿐이다. 계약서 내용도 대단히 복잡하게 돼 있다.
예를 들자면 입주자가 사망했을 때 입주비의 일부가 그 사람의 유산으로 가기도 하고, 단지를 떠날 때 환불되기도 한다. 하지만 환불 받는 데는 그 유닛이 다시 팔릴 때까지 기다리느라 수개월이나 수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환불 규정과 관련한 송사도 적지 않다.
거주자가 자신의 유닛 판매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뉴저지 주는 최근 은퇴단지 운영자들에게 떠나는 거주자의 유닛이 아닌 다른 유닛이 팔리면 바로 환불해주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자신의 유닛이 팔리지 않더라도 시장에 나온 단지 내 어떤 유닛이라도 거래가 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C.C.R.C.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초기에는 종교기관들이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위해 세운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점차 진화해 지금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럭서리 은퇴 단지가 그동안 그리 큰 분야가 아니었지만 하루에 1만 명의 미국인들이 65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럭서리 은퇴 단지 수요는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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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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