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해치고 대리비 부담 친구 반갑지만 괴로워
▶ 점심모임으로 대체 늘어 아예 외국여행 떠나기도
LA 한인타운에서 근무하는 신모(31)씨는 매년 12월이 괴롭기만 하다. 연일 거듭되는 직장내 부서 회식과 동창회, 송년회 회식 등으로 이어지는 술자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나 교우회에서 막내에 속하는 신씨는 모임 때마다 밀려드는 폭탄주 세례에 ‘필름이 끊겨’ 집에 실려 간 적이 여러 차례다. 회식의 경우 회사에서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작은 소모임과 행사에서 술을 마신 뒤 나온 대리 비용도 만만찮다.
특히 돈도 돈이지만 더 큰 문제는 건강이다. 평소에는 병원을 거의 찾을 일이 없는데 연말이면 잦은 술자리로 복통, 설사, 탈수증에 시달리면서도 병원 방문은 여전히 쉽지 않다. 신씨는 “진통제와 소화제로 쓰라린 배를 달래지만 ‘혹시 이러다가 쓰러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마저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토랜스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 김씨는 송년 행사가 가득한 12월 한 달 일부러 휴가를 보내고 외국 여행을 다니고 있다. 김씨는 “5년전 송년 행사에 참석한 뒤 귀가하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 죽을 뻔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그 이후로 일부러 12월 한 달은 가족들과 외국 여행을 다니고 있다”며 “보고 싶은 친구들과 선배들을 볼 수 없어 섭섭하지만 연중 시간을 내 자주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송년 모임의 계절인 12월을 맞아 남가주 전역에서 크고 작은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민 생활속에서 바쁘게 지내다 송년 모임을 통해 반갑게 만남을 갖는 한인들과 달리, 한 달 내내 이어지는 술자리와 모임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송년모임을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음주다. 대부분의 모임에서는 간단한 와인이나 자발적 음주를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 몇몇 모임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술을 강요하는 등 고성이 오고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송년 모임의 경우 20~30대 젊은층이 사라지고 참석자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인 이모씨는 “지난해 고등학교 동문회 송년 모임에 처음 참석했는데 술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선배들 앞에서 춤과 노래를 시키더라”며 “보고 싶은 선후배들과 덕담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은데 껄끄러운 순간들도 많아 올해는 그냥 친한 사람 몇몇이 소규모로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남가주 지역 여고 동문회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송년 모임을 점심으로 대체하거나 신년회와 송년회를 합쳐서 개최하는 모임도 늘고 있는 추세다.
남가주 이화여중고 동문회 관계자는 “회원 대부분이 가정주부라 저녁에 모이는 것이 쉽지가 않아 오래전부터 주말 점심으로 송년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며 “송년회가 흩어져 지낸 선후배들이 다함께 모여 인사도 나누고 안부를 묻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음주가무가 없어도 해마다 의미 있는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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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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