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전 세계에서 7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전체 인력 중 8% 가량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치권은 GM의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 GM이 북미 지역에서만 5개 공장의 문을 닫을 예정이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과 지역 경제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GM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7개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에서는 내년부터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셔와에 있는 조립공장 3곳과 미시간주 워런,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변속기 공장 2곳의 문을 닫는다. GM은 올해 한국 군산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내년 말까지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2개 공장의 가동도 추가 중단하기로 했다.2개 공장이 어딘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규모 인원 감축도 추진한다. 북미 지역에서만 1만4000여명의 인력을 정리할 방침이다. 사무직 근로자 8000명이 감원된다. 이는 전체 인력의 15%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생산직 근로자는 미국에서 3300명, 캐나다에서 2600명이 줄어들게 된다. 전 세계에서 근무하는 GM 직원 18만명 중 약 8%가 감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GM은 쉐보레 크루즈와 뷰익 라크로스 등 기존 승용차 모델들의 생산도 중단하기로 했다.

GM은 이번 조치로 전 세계에서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가량을 절감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에는 '수익성 개선'과 '미래 대비'가 시급하다는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승용차 수요 감소로 인한 걱정이 컸다. 10월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65%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트럭이다. 여기에 중국 시장도 미중 무역 전쟁과 경제 성장세 둔화로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시장의 흐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점도 이번 구조조정의 중요한 이유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IT 업체들은 이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해 왔다.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GM의 이번 조치에 대해 긍정평가를 내렸다.

존 머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놀라운 수준의 자기 객관화를 보여준다"며 "GM은 손익분기선을 강화하기 위해 고정비용을 낮추고 있는데, 경영진이 순환주기의 정점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은 GM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오하이오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26일 "우리는 GM이 파산하지 않도록 함께 싸웠고, 쓰러져가는 GM을 미국 납세자들이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GM은 2009년 파산 선고를 받은 후 510억달러(약 57조5900억원)의 연방 긴급구제자금을 지원 받았다.

라이언 의장은 "오늘날 GM을 만들기 위해 수천개의 가정이 희생했다"며 "GM은 그 보답으로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고 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조조정안이 발표된 26일부터 매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GM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 "GM은 다른 자동사 회사들이 하고 있는 것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만약 관세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라고 지적했다. 27일에는 "미국은 GM을 살렸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받는 '감사' 표시다. GM은 몇 년 전 중국에 공장을 지으며 큰 내기를 걸었다. 이득을 볼 생각도 말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GM의 공장 폐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지역들이 자신의 차기 대선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원동력 중 하나는 동북부의 쇠락한 공업 지역이 모여 있는 '러스트 벨트'를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그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약속하며 이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았다. GM 구조조정 계획 속에 있는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는 러스트벨트에 속해 있다. 특히 오하이오주는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지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GM의 구조조정안을 주저앉히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26일 메리 배라 GM 회장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도움을 준 GM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심각한 실망감이 분노로 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27일 "정부가 전기차 등 특정 보조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의 소형트럭 사업이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수년 동안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소형 트럭에 25%의 관세가 붙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그것을 수입차에 부과하게 된다면 더 많은 차들이 이 곳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GM은 오하이오, 미시간, 메릴랜드에 있는 공장들을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