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이나 한국 사회를 보면 증오나 혐오를 담은 언어현상이 만연하다. 이른바 한남충(蟲), 한여충, 맘충(Mom蟲), 수구꼴통, 좌빨, 일베 … 등등의 혐오표현들이 그러하다. 혐오표현이란 단순히 싫다는 감정을 넘어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지닌 말이다. 만연한 혐오표현들이나 증오범죄, 최근 일부 정치인들의 분열의 언어들이나 증오정치의 일면을 보며 사회 갈등이나 종교 갈등이 더 심각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다양한 형태의 증오범죄들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피츠버그의 유대인 회당에서‘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며’11명을 살해한 총기사건이 그렇고 자기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며 반대 진영의 사람들에게 폭발물 소포를 보내 위협한 사건이 그렇다. 범인이 조선족이라는 루머와 함께 증폭된 서울 강서 PC 방의 잔혹한 살인사건 등등 모두 혐오나 증오 혹은 적개심이 표출된 전형적인 혐오범죄들이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각종 선거나 정치에 대중의 증오심을 자극하는 증오정치의 형태들도 심각하다. 선거에 이른바 ‘혐오마케팅’ 전략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을 향하고 있는 이민자 행렬(캐러밴)은 극단적인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져 특정 진영의 표를 결집시켜 주는 희생양이 되었다.
증오정치는 증오라는 인간의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교묘하고 나쁜 정치이다. 증오정치는 대중의 증오심을 유발함으로 심각한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고 억울한 희생자를 나오게 한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 가운데 분열적 언사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사람들을 본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하여 사회적 혐오를 조장하거나 혐오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이다. 혐오에 기대 편을 가르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사회의 올바른 리더가 아니며 퇴출되어야 한다.
우리는 혐오정치의 극단적이며 끔찍한 사례를 히틀러의 나치당 독재를 통하여 여실히 보았다. 그는 유대인을 향한 독일 민족의 증오를 이용해, 독일민족 공동의 적을 만들어 대중으로 하여금 그들을 증오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였다.“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대중들의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히틀러의 심복 괴벨스의 말은 증오정치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사회적 대중은 누군가를 혐오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경향이 있다. 공동의 혐오 대상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친해지고 열광하고 잘 뭉친다. 요즘 인터넷이나 일부 방송, 신문의 지면을 듣고 보면 미움과 혐오를 담은 저열하고 날카로운 언사와 행동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혐오의 에너지가 부지불식간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며 사회를 지배해 간다.
분열의 언어나 혐오정치는 아름답고 공정한 세상을 저해하는 공공의 적이다. 증오의 근저에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미워하고 무시하며 배타하는 태도가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침해하는 것이며, 말의 폭력이며 일종의‘마음과 영혼의 살인’이다. 혐오범죄나 혐오정치는 사회 갈등을 가져 오는 심각한 사회적 해악이며 질병이다.
증오 없는 세상을 여는 길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내면의 감정인 증오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생활화 하는데 있다. 최근의 많은 증오들이 맹목적, 극우, 극단, 자기우월, 종교신념, 자기확신 등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동기에서 나오고 있다. 아예 미움이나 싫음에게 마음의 자리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증오심의 정화와 순화를 위한 지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신앙과 수행을 통하여 마음의 증오심을 달래고 비우며, 사회적 해악을 가져오는 증오표현의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몹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 내려놓고, 서로 깊이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 타자를 이웃으로 끌어안는 사랑의 행동에서 분열의 언어와 증오정치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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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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