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 수사결과 처음 공식적으로 밝혀, 암살조 입국·감시카메라 제거 드러나
▶ 시신 소재·지시‘윗선’핵심 의문은 여전

외교적으로 고립되며 언론인 살해의 직접적인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오른쪽)가 23일 리아드에서 살해된 자말 카쇼기의 아들을 접견하고 있다. [AP]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실종사건의 수사 중간 결과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입을 통해 2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됐다.
터키 정부 인사가 수사 결과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힌 것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 연설이 처음이다.
“사전에 계획된 살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쇼기의 죽음이 우발적인 결과가 아니라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공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살인모의는 지난달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쇼기는 올 초 만난 터키인 하티제 젠기즈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전처와 이혼 확인서류를 떼고자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50분에 주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쇼기의 이날 총영사관 방문이, 살인을 모의하고 수행한 팀에게 정보가 제공된 실질적 계기이고, 살인 모의단계로 본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은 카쇼기에게 서류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안내했다.
이후로 사우디 총영사관 직원들이 서둘러 본국을 방문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작전 준비작업이 실제로 진행됐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설명했다.
‘암살조’ 이틀 걸쳐 3개 그룹 입국
사건 전날인 이달 1일 오후 4시 30분, 3명이 민항기 편으로 이스탄불에 도착해 호텔을 거쳐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이날 총영사관에서는 다른 팀을 이스탄불 북부 녹지 벨그라드숲과 보스포루스해협 남동쪽 얄로바시로 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영사관에서 보낸 팀이 벨그라드숲과 얄로바시에서 사전 답사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새벽 1시 45분에 다른 사우디인 3명이 민항기 편으로 입국해 호텔에 체크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9명이 전세기편으로 도착해 다른 호텔로 이동했다. 종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암살조’ 15명은 이틀에 걸쳐 세 그룹으로 나눠 도착했다는 것이다.
‘디데이’…감시카메라 ‘하드’ 제거
이들 15명은 2일 오전 9시 50분부터 11시 사이에 속속 총영사관으로 집결했다. 이들은 카쇼기가 도착하기에 앞서 감시카메라의 하드드라이브를 제거했으며, 오전 11시 50분에는 카쇼기에게 전화를 걸어 방문 일정을 확인했다.
이날 런던을 방문 중이던 카쇼기는 서류를 수령하러 이스탄불에 왔고, 오후 1시 8분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후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밖에서 카쇼기를 기다린 약혼녀 젠기즈는 그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오후 5시 15분 터키 당국에 “카쇼기가 총영사관 안에 억류된 것 같다”며 연락 두절 사실을 알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사가 바로 이때 시작됐다”고 공개했다.
풀리지 않은 의문… 시신 어디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설로 카쇼기 실종사건의 시간대별 얼개가 드러났으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핵심적인 질문이 여럿 남았다.
바로 카쇼기의 시신 소재와, ‘야만적 살해’ 지시의 윗선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사망이 인정된 사람의 시신이 왜 나타나지 않는가? 이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 총영사관으로 갔는가?”라고 묻고, “우리는 답을 원한다”고 사우디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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