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신문사 입사 후 작은 영자지 부서에 배치돼 낙심했지만 의외로 ‘학구적 분위기’의 직장이었다. 첫 해외연수 사원으로 뽑히고 재미교포가 돼 선망의 대상이 됐다가 한국이 부자가 된 후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정년 직전 시애틀로 ‘명퇴 귀양’을 왔지만 희수를 눈앞에 두고 20년째 지상최고의 자연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새옹지마의 연속이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아무도 알 수 없으므로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교훈의 고사성어가 새옹지마다. 중국의 변방노인(새옹)이 기르던 암말이 달아났지만 나중에 수컷 준마를 데리고 돌아와 횡재했고, 그 준마를 타던 아들이 낙상해 불구자가 됐지만 그 후 군대징집에서 면제돼 목숨을 건졌다. 새옹은 그 길흉과정에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까마득한 2,200여년 전, 그러니까 예수가 유대인들에게 복 받는 8가지 방법을 설파한 유명한 산상수훈보다도 더 오래된 새옹지마의 교훈은 누구나 경험한다. 새옹은 먼저 화를 당한 후 복을 보상받았다. 전화위복이다. 성경의 욥도 그랬다. 하지만 복부터 받고 화를 당하는 새옹지마도 있다. 호사다마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케이스인 것 같다.
정치 문외한으로 부동산개발업자에 TV쇼 호스트였고 입만 열면 막말을 쏟아내는 자격미달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줄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민제한, 멕시코 국경 장벽설치 따위의 공약들도 맹랑했다. 모두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따논 당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똘똘 뭉친 백인 보수중산층의 몰표로 극적 역전승을 거두고 백악관 주인이 됐다.
트럼프의 호사다마는 요란했다. 집권 497일간 3,251차례 거짓말 또는 과장을 늘어놔 ‘거짓말쟁이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대외적 인기도 세계 지도자 5명 중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에 뒤진 꼴찌다. 최근엔 그가 아버지로부터 4억1,300만달러를 상속받으며 탈세했다는 보도가 터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 새옹지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김정은과 가진 북미정상회담이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반년도 안 돼 북미관계가 삐거덕거린다. 북한핵이 완전 폐기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럼프가 진짜로 신봉하는 새옹지마는 따로 있다. 4.1%의 경제성장률, 3.7%의 실업률이 입증하는 탄탄한 경제호황이다.
트럼프의 새옹지마는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브렛 캐버노 판사의 상원 인준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아마도 트럼프가 취임 후 맞은 가장 큰 새옹지마였을 듯싶다. 중간선거를 한달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이 정략 상 캐버노 인준을 밀어붙인 것으로 누구나 생각한다. 현재 연방상원은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폭행 시비로 만신창이가 된 캐버노가 인준을 받은 지금, 그에 반발한 여성들이 투표장으로 몰려 나와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면 트럼프의 탄핵이 현실화된다. 이래저래 시끄럽다.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시절이었던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63석을 내주고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어느 당 후보를 찍겠느냐는 일반 투표성향 조사에서 민주당을 선호한 유권자가 공화당 쪽보다 평균 8% 포인트 이상 많았다. 8년 전 중간선거의 똑같은 조사에서는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평균 4.8% 우세했었다.
트럼프가 연방대법원의 보수성향 강화를 위해 흠집 있는 캐버노를 기를 쓰고 밀었지만 결과는 소탐대실일 수 있다. 이미 일부 백악관 고위참모들 사이에 그의 ‘탄핵음모’가 있었다고 보도됐다. 캐버노 인준이 트럼프에게 어떤 새옹지마를 불러올 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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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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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민주당 다운 말씀입니다.몰 알고 글을 쓰시길
윤여춘기사는 민주당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