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0일 US뉴스가 발표한 대학 랭킹에 따르면, 한때 스티브 잡스가 다녔던 곳으로 잘 알려진 리드 대학이 리버랄아츠 대학 랭킹에서 90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학부 졸업자 가운데 박사학위 취득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10개 대학 (칼텍, 하비머드, 스워스모어, 리드, 칼튼, MIT, 그리넬, 하버포드, 프린스턴, 하버드) 리스트에서 리드대학은 4위를 차지할 정도로 학구파 대학이다.
대학생 13만8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대학 순위를 매기는 프린스턴 리뷰에 따르면 윌리엄스, 칼텍, 하비머드, 다음으로 리드 대학 재학생들이 가장 공부를 많이 한다. 또한 “우리 대학교수는 짱이다”라는 교수 평가 항목에서는 1위,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대학리스트에서 리드 대학은 3위에 올랐다.
이처럼 학구적이며 재학생들의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US뉴스가 리드 대학을 90위에
머물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높이고 그것을 위해 교수와 학생들이 교류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랭킹을 매기는 기관이 그런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라고 리드 대학이 US뉴스가 요청하는 설문조사에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랭킹을 정하는 기관에서 대학을 직접 방문하여 강의실에 가보거나 교수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지도 않은 채 순위를 정하는 방법은 마치 한번도 가보지도 못한 레스토랑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만 보고 맛집을 선정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매긴 US뉴스의 랭킹을 향해 미국 고등학교 카운셀러들 가운데 90%는 US뉴스가 대학 지원자와 부모들로 하여금 대학 지원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유도한다라고 비판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대학 또한 책임을 면치 못한다. 자신의 대학 랭킹을 올리려고 부풀린 SAT평균 점수를 제출하거나 운동 특기자들의 점수를 제외하고 제출하는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랭킹을 매기는 기관은 US뉴스를 비롯해 10여 군데가 넘는다. 그중 잘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다.
워싱턴 먼슬리에서 발표하는 랭킹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비율, 졸업 후 공익기관에 취업하는 비율, 그리고 졸업생들 가운데 몇 퍼센트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 학위를 받는지를 근거로 랭킹을 매긴다.
머니 매거진은 졸업률, 학비 융자 금액, 졸업 후 소득을 평가해서 매긴다. 포브스는 입학 경쟁률이나 SAT점수를 사용하지 않고 졸업자의 취업, 학자금 융자 상환 비율,
사회 기여도 등을 고려한다. 키플링거는 대학 학비, 학비 융자 비율, 졸업률, 그리고 졸업 후 소득을 따진다.
월스트릿저널과 타임스 고등교육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랭킹은 졸업생 취업률, 졸업 후 소득, 융자금 상환, 교수와 학생의 교류 등을 기준으로 랭킹을 매긴다.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매겨지는 랭킹을 바탕으로 코넬 대학을 예로 들자. US뉴스는 코넬대학을 랭킹 16위, 워싱턴 먼슬리는 31위, 머니 매거진은 92위, 포브스는 13위, 키플링거는 29위, 월스트릿저널/타임스고등교육은 11위에 각각 올렸다. 똑같은 대학을 두고 11위에서 92위까지의 편차가 말해주는 것은 한가지다. 랭킹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만일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면 결정적인 평가 기준으로 미투 운동으로 퇴출된 교수들의 숫자, 캠퍼스 데이트 성폭력 신고 건수도 포함되지 않을까. 결국 특정 기관에서 발표한 랭킹을 절대적인 것으로 고집하거나 그것을 근거로 지원 대학을 선정하며 명문 대학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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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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