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그 동안 운전을 하지 않고 ‘장롱 면허’였던 지인이 최근 한국에서 차를 사고 운전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몇 개월 운전해 보니 “나보다 느리게 운전하는 사람은 전부 멍청이고, 나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사람은 전부 미친 놈이다” 라는 말에 부끄럽지만 공감한다고 했다.
선비 같은 스타일로 조용 조용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그가 씨익 웃으며 “그 말에 공감해” 하는데, 평소와 대조적인 그의 모습에 한번 웃고, 나 역시 부끄럽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어 박장대소 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출근길에 앞에서 아장아장 가는 차를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다.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고 소위 “칼치기”하며 달려가는 차를 보면 ‘저러다 경찰한테 잡혀버리지’ 하게 된다.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강도는 다르지만 어쨌든 심리적, 언어적 저주를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모든 판단과 평가의 기준은 ‘나’라는 것이다.
나처럼 하지 않으면 틀린 것이고, 내가 법이나 규칙을 조금 어기는 것은 유연한 것이며, 나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고, 나의 일이 이만큼 중요한 일인데 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내 뜻에서 벗어난 모든 것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분노의 대상은 불특정 다수일 수도 있고, 특정 소수일 수도 있고, 때로 최악의 경우는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 그래서 고매한 인격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대한 조절할 수 없는 분노야 말로 건강하지 않은 정신 상태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무조건 화를 누르고 살려고 생각하니, 이건 또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 같고, 그냥 도 닦는 수행의 길을 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내 감정에 솔직하고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표출할 길을 찾아야 그게 건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갈팡질팡이다.
심지어 개인이 아닌 민족과 신을 위한 분노라고 해도 성경에 나온 모세의 화는 신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 그 말은 또 모세 같은 훌륭한 사람도 어찌되었건 분노조절은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요즘 평소보다 화날 일이 자주 생기고 있다. 더 정확히는 화가 자주 나는 것 같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꿈속에서 친한 친구에게 뭔 화가 그리도 났는지…아침에 눈뜨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이런 내게 지인의 운전 이야기는 분노의 감정 뒤에 숨어있는 ‘자아(ego)’와 그 표현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수행의 길과 인간의 길 그 어디 중간쯤에서 방황하는 이가 나 한 사람만은 아닐 터. 누구든 오늘 화가 치미는 일이 있었다면, 우리 모두 그 중간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가보다 생각하며 화를 다스리길 바란다.
어차피 나보다 화 안내면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고, 나보다 더 화를 내면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던가.
<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5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것조차 당신의 신을 더럽게 하는 행위란 말인가. 글의 시니컬한 흐름상 딴지 걸만한 인용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성경의 내용중에는 믿던 믿지 않던 상식적으로 많이 알려진 내용이 많은데 믿는자가 아니면 인용조차 안 된다는 신념이 그닥 좋게 들리지 않는다. 안 믿는 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여 글을 쓴다는게 좀 우습네요..
믿는자인지 안믿는자인지 모르지만 성경을 인용하면서 최소한 예의를 지킵시다 당신이 안믿는자이면 신이라고 할수 있지만 믿는자라면 하나님이라 칭하셔야죠..만약 안믿는자라면 성경을 인용하
그래서 교통규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25마일 존이 있고 40마일 50마일 존이 있습니다. 규정속도보다 빠르게 가거나 아주 느리게 가는 차는 규칙위반이지요. 차선변경이나 회전시에는 깜빡이를 켜야 합니다. 나도 위반할 수 있다고 해서 규칙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통규칙은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지켜야 하고 위반시에는 규탄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세상사가 내로남불이라고 체념할 것이 아니라 법과 질서와 규칙을 모두 지키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