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가)
“비교를 거부하는 보호막, 염려와 기도가 필요없는 도구, 당신의 자녀를 다음 피해자로 만들지마라.”
백투스쿨 시즌을 맞아 월마트, 오피스디포, 타겟 같은 대형 스토어에서 내걸은 광고 문구다. 새학기에 필요한 학용품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생되는 학교 총기 사건에 대비하여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 백팩 또는 방탄 조끼를 팔기 위해서다.
퓨(Pew)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학교 총기 사건에 관해 13~17세 청소년들의 55%가 “매우 걱정 혹은 상당한 걱정”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13~18세 청소년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여 ‘어린이 청소년기 정신의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청소년 3명 가운데 한 명이 각종 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회불안 장애, 공황장애 등등의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6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청소년 위험 행위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3명 가운데 한 명이 지속되는 슬픔 또는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날 학교에서 학생들이 겪는 불안은 2차 세계 대전을 겪은 프로이트가 그의 책 ‘문명의 불만’에서 말한 불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문명과 과학의 이름으로 이제는 큰 어려움 없이 최후의 한 사람까지 서로를 죽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알고 있고,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은 대부분 거기에서 유래한다”
그 어느 장소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공부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이나 끼를 생성시키고 발전시키는 장소다. 그런데, 그 공간이 불안, 공포,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총기 사건으로 인해 쓰러지는 동료 학생들의 이미지가 남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징적 죽음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늘 엄친아와 비교되는 학점, SAT 점수, 그리고 왕따, 인종 차별, 성 차별, 나아가,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난 후 생기는 부러움, 이 모두가 이길 수 없고 헤쳐 나갈 수 없는 절망감과 막막함을 안겨주어 정신적, 심리적 죽음에 이르는 병을 낳는다.
“나는 아무래도 제 구실을 못할 것 같다. 날이 갈수록 까부라지기만 한다”라고 고백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공부는 이미 타자화, 즉 부모님과 선생님을 기쁘게 하기 위한 노동으로 변질되었고, 아무리 자신이 노력하더라도 얼굴 검은 학생이나 성소수자 지원자에게 대학 입시에서 밀리며, 명문 대학 진학이 곧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이데올로기에 뼈속까지 길들여진 상황에서는 그저 아무런 저항도 의문도 없이 학교 다니기를 반복할 뿐이다.
만성 피로, 불면증, 식욕감퇴, 두통, 우울증, 무력감, 자기비하로 점철된 삶에서 불안감 이외에 다른 긍정적 감정이 생길 수 있을까. 잠시 즐거운 순간에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삶에서 불안장애가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두가지다. 첫째, 교내외 활동에서 자신을 격리시키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고 방콕에 들어간다. 자신을 소외시키는 것이 자기 보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둘째, 존 스타인벡이 ‘불만의 겨울’에서 표현한 청소년의 모습이다. “괴로움과 착잡 속에서 뚱하고 잘난 척하고 성난 것 같고 비밀스러워져서 덫에 걸린 개 모양으로 가까운 것은 뭐든지, 심지어 자기까지도 물어 뜯고야 마는 그 두렵고 처참한 모습.”
<
대니얼 홍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