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서 정치경제학 이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만 언급해도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이 있다. 전후 맥락은 살피지도 않은 채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 ‘불온 논객’의 딱지를 붙이곤 한다. 분단과 냉전의 오랜 역사를 거쳐 오면서 이런 의식이 마치 본능처럼 생성되고 굳어진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정말 위기감을 느낄만한. 또 그래야만할 추세가 최근 확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이 악화되면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한 반공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들 가운데 44%가 사회주의국가에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자본주의가 좋다고 한 응답자는 이보다 적은 42%였다. 설문조사 당사자들이 크게 당황했을만한 결과이다. 물론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사회주의를 선호하는 비율은 낮아진다.
이런 여론의 추이는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사회민주주의자로 분류되는 버니 샌더스에 쏠렸던 젊은이들의 열광과 절대적 지지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물론 젊은층이 호감을 갖는 사회주의는 북한과 중국, 구소련 같은 절대주의 체제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누진과세를 통한 복지확대를 추구하는 유럽식 사회주의를 뜻한다. 과거 공산주의에 대한 기억이 강한 노년층들은 이런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떨치기 힘들 것이다.
사회주의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가 높아지는 것은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방식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경제적 현실에 대한 반동 현상이다. 공산주의 붕괴 후 자본주의의 우월함만을 맹신하며 무분별한 탐욕을 드러내온 극소수 권력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이다.
젊은이들에게 사회주의는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가진 사람들은 급속히 더 부자가 되고 있는 데 반해 서민들은 제자리걸음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회주의에 대한 호의적 여론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맹목적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몇 달 전 토마 피게티를 비롯한 5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의 소득불평등이 극단적 수준으로 커졌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7년 간 전 세계 상위 0.1%인 700만 명 부자가 가지고 간 세계의 소득 및 수입 증가분은 하위 30%인 38억 명에게 돌아간 것과 같다.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에는 22%였던 상위 1% 부자의 몫이 2014년에는 39%로 급증했으며 격차의 확대속도 또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불평등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올바른 정책과 제도를 통해 불평등을 줄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고 있는 자본주의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우선 내부를 곪게 만들고 있는 병증을 찾아내 도려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 좋은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개헌을 둘러싸고 시끄러운 논쟁이 벌어졌다. 모두가 이런 저런 명분들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일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수구야당은 여당이 내놓은 개헌안에 대해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습관적인 색깔론 공세를 벌였다. 이와 관련해 온갖 가짜뉴스들까지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 사회주의의 발호를 우려하고 경계한다면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사회주의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무엇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부터 들여다보고 성찰해야 한다. 자신들이야말로 이런 추세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들이라는 통렬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색깔론 공세를 펴기 전에 병들고 고장 난 자본주의를 어떻게 손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하는 게 순서이다.
<
조윤성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또 그놈의 노--오--력 타령. 한국이 OECD 자살률 1위 라는것 알고계시죠? 불평등 계수도 미국을 빨리 따라 잡고 있죠. 이제 나 우리가족만 아는 이기주의에서 다른 사회 구성원을 보는 시각을 가질때가 됬습니다. 나도 내 자식도 사회의 도움이 필요할때가 옵니다. 엄청난 금수저 집안 아니라면.
자본주의가 인간이 현재 까지 실행한 시스템중 가장 민주적인 시스템인것 인정 하지만, 월가 금융 파동이나 한국의 재벌 행태를 보면 결국2% 모자른 시스템 이지요. 사회주의는 이론으로는 괸찬은든 하나 결국 이상은 이상이지요. 그런데 아래분, 지금이 쌍8년도 아니고 적색 사회주의를 이야기 하시는지요? 오바가 심하시내요. 민주당이 얼치기 인것은 맞지만 적색 사회주의는 한국 수구들이나 이용 하는 단어 아닌지요?
인간이 만든제도중에서 가장 좋은 제도는 아마도 자본주의 일것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여하에 따라 인생을 바꿀수 있는제도니까. 사회주의 ? 달콤하지요 대학생때 이런 사상에 안빠져 본사람이 있을까요? 살면서 배운건 사회주의는 허무맹랑한 괘변이라는거지요. 동물의 세계를 봐도 알수 있지요. 공정한 분배 라는 말만큼 불공정한게 어디 있나요? 고장난 자본주의도 사회주의 나 전제주의 보다는 훨씬 났다는게 문제겠지요. 요즘 젊은이들도 죽도록 노력을 하는 사람들 많고 엄청난 성공을 만들고 있지요. 탓하지 말고 죽도록 노력합시다
사회주의가 다 같은것 같지 않소 미국이나 유럽사회주의는 당신말대로 불평등해소를 위한 반자본주의에서 나온것이겠지만 한국에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사회주의는 적색사회주의 하자는 것 안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