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두 편에 시애틀 출신 등장… ‘정체성 문제’ 애착
▶ ‘인기 소설가의 삶 녹록지 않아’
워싱턴대학(UW) 한국학도서관이 지난 18일 개최한 ‘북소리(Booksori)’행사에 특별강사로 초청된 한국 인기소설가 김연수 씨가 시애틀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그에게 시애틀은 일종의 ‘데자뷰’(Dejavu)였다.
그가 쓴 두 작품에서 시애틀이 무대로 등장한 까닭에, 처음 와본 곳이지만 마치 이미 본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작가의 초기작품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꾿빠이 이상>에 나오는 피터 주가 워싱턴대학(UW) 출신으로 돼 있다. 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주인공인 20대 카밀라는 입양아 출신이다. 그녀는 시애틀 북쪽 쇼어라인의 리치몬드 비치 일원에서 자란다.
이 같은 특별한 인연이 숨어 있는 시애틀을 찾은 김 작가는 이날 북소리를 통해 자신이 쓰고 싶었던 3가지 종류의 소설이 어떤 배경 속에서 탄생하게 됐는지를 풀어놨다. ‘김해경’이라는 본명을 가진 건축가였지만 결국 ‘이상’이라는 천재 시인과 소설가로 살았던 이상에 대한 남다른 천착을 가졌고, 이를 작품으로 써내기도 했다.
또한 김 작가는 늘상 “이 세상은 왜 만들어졌을까?” “인류의 99%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지 못하는데 그래도 왜 살아가야 할까?” 등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으며 이 같은 바탕에서 소설의 주제를 찾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국에 천주교가 제일 먼저 전파됐다는 설이 있는 시대와 맞물려 있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소설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업 소설가이지만 이날 주제처럼 ‘소설 쓰며 사는 삶’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줬다. 가정을 꾸리고 사는 생활인으로서 작가와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했던 어려움이 있었고 천신만고 끝에 10여권의 소설을 써서 세상에 내놓고서야 전업 소설가로 살아갈 수 있었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3개월치의 생활비가 준비되면 글쓰기만을 했고, 그 이하로 떨어지면 직장 생활을 하며 글을 썼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백일장 한번 당선된 적이 없었다는 그가 1993년 6장 짜리의 시로 시인으로 데뷔한 뒤 소설가로 변신했고, 글을 쓰기 위해 교수직마저 거절했다. 그는 “전업작가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로또 당첨보다 힘든 도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김 작가의 이날 UW북소 강연에는 문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이형종 시애틀총영사도 참석했고, 미국서 유명 상을 받았던 이매자씨,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공순해 회장과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또한 서정주 시인의 아들로 김 작가 초청의 일등공신인 서윤 박사 부부, 그리고 김 작가 초청의 비용을 부담한 ‘UW한국학도서관 친구들’(회장 김영호 시인)도 참석해 ‘문학의 향연’을 함께 했다.
특히 <앙코르와트>라는 소설을 쓴 이형종 총영사는 지난 17일 밤 김 작가와 UW한국학도서관 친구들을 관저로 초청해 저녁을 나누며 “힘든 이민생활을 하는 한인들에게 문학과 책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전달하는데 큰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사진설명> 한국 인기소설가인 김연수 씨가 지난 18일 UW북소리에서 ‘소설쓰며 사는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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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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