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인권 운동가 석방 요구’ 놓고 시작
▶ 사우디, 대사 추방·유학생 철수 등 초강수…캐나다도 단호한 입장 속 EU에 중재요청

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 외교 분쟁의 단초가 된 캐나다 국적 엔사프 하이다가 감옥에 갇힌 사우디아라비아 유명 블로거 라이프 바다위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AP]
캐나다와 외교분쟁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연일 강경 조처를 내놓으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있다.
사우디는 캐나다의 인권 문제 제기에 ‘오일 달러’를 무기로 경제 보복으로 맞대응하고, 캐나다 역시 물러서지 않는 양상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캐나다와 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캐나다 정부는 자신의 큰 실수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앞서 캐나다에 총리 전용기로 대표단을 구성해 사우디에 공식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캐나다와 분쟁을 ‘국가 안보’의 문제로까지 확대하여 해석하면서 “사우디는 다른 나라의 훈계나 내정 간섭을 절대 거부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외교분쟁은 주사우디 캐나다 대사관이 3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정부에 구속 중인 사우디 인권·반정부 운동가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이 석방을 요구한 사우디 인권 운동가 라이프 바다위의 부인이 캐나다 국적자다.
사우디는 이에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면서 5일 캐나다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 명령하고 캐나다와 신규 교역, 투자를 동결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또 “캐나다는 사우디를 상대할 때 접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면서 “사우디는 캐나다를 상대로 추가 조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복성 대응을 예고했다.
사우디는 7일 캐나다에서 유학하는 자국 학생 1만6,000여 명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등 학술 교류를 중단하고 국영 항공사의 캐나다 노선도 운항을 중단했다.
이어 8일에는 캐나다로 치료차 환자를 송출하는 사업도 보류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사우디의 중앙은행과 국영 펀드가 캐나다에 투자한 주식, 채권, 현금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회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경제 보복 조처에 캐나다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지만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9일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권 문제는 단호하게 거론하겠다”면서 맞불을 놨다.
로이터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 캐나다가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 사우디와 외교분쟁을 해결하는 데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영언론은 8일 흉악범을 십자가형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사형 집행은 서방이 사우디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단골 소재’였던 점을 고려하면 보란 듯이 이를 공개해 인권 문제에 대해선 외부의 비판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나데르 하셰미 미국 덴버대학교 중동연구센터 국장은 “사우디는 전 세계에 ‘사우디와 교역하고 싶다면 인권 문제는 입을 다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캐나다를 이용하는 게 매우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사우디의 ‘강한 외교’의 주체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이며, 그가 미국과 밀착 관계를 등에 업고 사우디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정면 돌파한다고 하셰미 국장은 설명했다.
사우디는 ‘조용한 배후 외교’를 유지하다 2015년 초 무함마드 왕세자가 전면에 등장한 이후 예멘 내전 개입, 이란과 노골적 적대, 카타르와 단교 등 강경한 대외 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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