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내한 공연…75분 동안 20여 곡 선보여
켄드릭 라마[AP=연합뉴스]
"켄드릭! 켄드릭! 켄드릭!"
21세기 힙합의 시인 켄드릭 라마(31)의 거침없는 랩에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켄드릭 라마' 콘서트에서 2만 명의 팬들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힙합 스타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켄드릭 라마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오후 8시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오후 9시 15분까지 75분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힙합을 들려줬다.
정규 4집 '댐'(Damn.) 수록곡 'DNA'와 '엘리먼트'(Element)로 시작해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에서 영감을 받은 곡 '킹 쿤타'(King Kunta), 2012년 발표한 앨범 '굿 키드, 매드 시티'(good kid, m.A.A.d city)의 수록곡 '스위밍 풀즈'(Swimming Pools), '백시트 프리스타일'(Backseat Freestyle) 등을 선사했다. 또 '프라이드'(PRIDE), '러블리'(LOVELY), BDKMV(Bitch, Don't Kill My Vibe), '올라이트'(Alright)까지 쉴 새 없이 내달렸다.
그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던 '험블'(Humble)과 영화 '블랙팬서'의 주제가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를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공연장은 시종일관 뜨거웠다. 조금이라도 공기가 묵직해질 듯하면 강렬하고 변화무쌍한 비트를 퍼부어 분위기를 다시 팽팽하게 끌어올렸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뮤직비디오도 화려했다. 내한 스타들의 단골 팬 서비스인 한국어 인사를 하진 않았지만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 신난다. 파티를 즐겨보자"며 윙크를 건네 팬들을 기쁘게 했다. 팬들은 랩을 따라 하며 여느 EDM 페스티벌 못지않게 신나게 춤 췄다.
공연 도중 잠시 음악이 끊기는 음향사고도 있었다. 그러나 켄드릭 라마는 당황하지 않고 무대를 이끌어가 데뷔 15년 차의 여유를 보여줬다. 힙합 콘서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FUXX' 등의 욕설도 제한적으로 등장해 '19금 관람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켄드릭 라마는 열여섯 살에 케이닷이라는 예명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2010년 힙합의 거장 닥터 드레에게 발탁돼 그의 미발매 앨범 '디톡스'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는 켄드릭 라마의 시대였다. 올해 그래미어워즈에서 5관왕에 오른 그는 지금까지 모두 12개의 그래미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앨범 '댐.'(Damn.)으로는 힙합 뮤지션 최초로 퓰리처상(음악 부문)을 받았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이 앨범이 "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의 복잡성을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켄드릭 라마가 상업적 성공은 물론 예술적 성취까지 거둔 건 그의 노래에 시대를 꿰뚫는 성찰이 담겼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가혹한 공권력, 자본주의에 대한 숭배로 치닫는 오늘날의 힙합,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꼬집는다. 싱글 '더 하트 파트4'(The Heart Part 4)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얼간이'로 비유하며 그의 당선을 비틀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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