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여성 “운전 시작 첫날부터 남자들이 욕설”…편견 여전

운전면허증을 받은 사우디 여성[AP=연합뉴스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주(州)에서 여성 소유의 차량에 불을 지른 남성 2명이 4일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남성은 2일 새벽 4시30분께 33세 여성 살마 알샤리프씨가 집 앞에 주차한 2011년형 닛산 써니 중고 승용차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렀고, 차는 전소했다.
메카 주 경찰은 이들 남성이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으로, 여성의 차를 노려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혐의가 짙다고 밝혔다.
피해자 알샤리프 씨는 다른 사우디 여성과 마찬가지로 지난달 24일 사우디 정부가 여성운전을 허용함에 따라 이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사우디가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자 국내외에서 여성의 권리를 향상하는 조치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사우디 내 일부 보수적 종교계와 남성들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사우디 현지 언론들은 이들 방화범이 여성의 운전을 반대하는 이들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샤리프 씨는 "내가 운전을 시작한 첫날부터 이웃의 남자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여성 운전 허용과 같은 급속한 사회·종교적 관습의 변화에 대한 사우디 내 편견과 반동이 한편에선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가 사는 메카 주는 사우디에서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지난달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이 해금된 이후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범죄로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범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운전을 시작한 여성 사하르 나시프 씨는 "이번 방화는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왕명을 거역한 죄로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여성의 운전은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 네티즌은 "방화범들은 감옥에 가야 하고 정신적 손해 배상을 포함해 찻값의 배를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피해 여성은 여성도 운전할 수 있게 되자 사촌 동생에게 중고로 이 차를 구매, 노부모를 태우고 병원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할 수 있는 남성 가족이 없고 아픈 부모를 홀로 부양하는 탓에 그간 어려운 살림에도 운전사를 고용, 한 달에 4천 리얄(약 120만원)을 줘야 했으나 직접 운전할 수 있게 돼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메카 주의회 부의장은 5일 "내 돈으로 새 차를 한 대 사 피해 여성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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