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오페라와 시카고 조프리 발레단이 공연하고 있는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한 장면.
음악의 힘은 사랑의 힘을 이긴다. 사랑의 힘을 의심하지 않을 때 음악의 힘은 되살아난다.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체를 데리러 지하세계에 내려가는 건 사랑의 힘을 절대 신뢰해서다. 글루크는 아마도 사랑의 힘이 음악의 힘을 선행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인이자 음악가 오르페우스(Orpheus)는 많은 작곡가들의 영감이 되었다. 지금 LA오페라와 시카고 조프리 발레단이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공연하고 있는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Orpheus and Eurydice)가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다.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가 176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라는 제목으로 초연한 이 작품은 글루크를 오페라적 개혁운동의 선구자로 각인시켰고 이후 독일 음악극의 형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베토벤의 ‘피델리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등이 내용면에서 모두 오르페오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억제하며 감정을 숨겨야 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운 작품이다.
빈 초연에서 글루크는 여성의 음역을 낼 수 있는 알토 카스트라토 가수에게 오르페오 역을 맡겼고 1774년 프랑스 파리 초연에서는 테너가 오르페오 역을 부르도록 편곡작업을 했다고 한다. 카스트라토를 부를 수 있는 가수를 좀처럼 찾기 힘들었고 그 무렵 프랑스 테너는 고음에서 가성(팔세토)을 썼기 때문에 일반 테너보다 고음역이 더 확장되어 있었다.
LA오페라에서 오르페우스 역은 러시아 출신 테너 맥심 미로노프가 열연했다.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벨칸토’ 레퍼토리 해석으로 유명한 그는 벨리니의 가곡 ‘회상’(La Ricordanza)을 부르는 특유의 맑은 음색으로 사랑의 힘을 노래했다.
단지 사랑에 무감각해져 버린 탓에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답고도 애절한 오페라 음악이 제대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 뿐. 음악적 기교를 과시하거나 불필요한 장식 대신 단순한 기법을 썼던 글루크의 음악은 LA오페라 음악감독 제임스 콘론만의 힘으로 극 전반을 이끌어간다. 표현성을 강조하는 안무가 존 느마이어가 새롭게 선보인 조프리 발레단의 ‘정령들의 춤’(Dance of the Blessed Spirits)은 서정성이 강조된 정교하면서 유려한 선이 온 몸으로 고급스러움을 뿜어낸다.
아쉬움이 있다면 무용수 같은 동작으로 오페라 전반을 노래로 이끌어가는 오르페우스 맥심 미라노프를 부추기는 장난끼 넘치는 사랑의 신 아모르 리브 레드패스의 캐주얼한 의상이 감정 몰입을 반감시키고 코러스의 등장이 우아함이 넘치는 환상을 깨버린 것이랄까. 그래도 조프리 발레단의 흠 잡을 곳 없는 춤과 세련된 의상,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 같은 무대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시작적인 여운을 남긴다.
LA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는 21일과 24일 오후 7시30분, 25일 오후 2시 공연이 남아있다. 티켓 16~324달러 문의 (213)972-8001 www.laopera.org/orp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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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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