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에는 동화의 나라서 햇살 미소 밤에는 차에서 쪽잠 자는 홈리스
▶ 생계 못 미치는 저임금에 종업원 73% 생활고 호소 트럭서 자고 공원서 샤워 11%는“ 홈리스 전락” 경험

말리브 길가에 세운 차창을 거울삼아 머리를 빗는 레베카 페더슨. 디즈니랜드 메이컵 아티스트로 일하는 페더슨은 비싼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어 밤이면 퍼시픽 코스트 하 이웨이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옷으로 창문을 가린 후 쪽잠을 자며 생활한다. [뉴욕타임스 제나 쉔필드 찍음]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도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행복한 곳이 아닌 듯하다. 디즈니랜드의 일부 종업원들은 기본 생계비에 못 미치는 저임금 때문에 홈리스로 전락하는 등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 서베이를 통해 털어 놓았다. LA의 비영리 연구단체 이코노믹 라운드테이블과 옥시덴탈 칼리지 도시환경정책 연구소가 실시한 디즈니랜드 노조가입 종업원 대상 서베이에 의하면 응답자의 73%가 렌트와 식비와 개스값을 충당할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년간 홈리스로 전락하거나 살 곳이 없었던 빈곤상태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11%에 달했다. 디즈니랜드 측은 노조에서 의뢰한 이 서베이가 “비과학적이며 부정확하다”고 지적하며 “디즈니랜드 3만 명 종업원 절대 다수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 디즈니랜드 내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성.
지난 2년 동안 디즈니랜드의 메인스트릿에 위치한 ‘매드 해터 샵’에서 근무해온 에밀리 버톨라(24)는 몇 시간씩 서서 일하지만 훈련받은 대로 디즈니랜드 방문객들을 늘 햇살 같은 미소로 대한다. 아마도 그들은 행복한 동화 속 나라에서 늘 밝게 웃고 있는 그녀가 지난 몇 달 동안 트럭 뒷좌석에서 쪽잠을 자고 공원시설에서 샤워를 하는 홈리스 생활을 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대학에 다니다 더 이상 학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학업을 포기한 후 “어릴 때 생일이면 방문해 멋진 시간을 보냈던” 디즈니랜드에 취직한 버톨라는 처음 몇 달은 한 시간 거리의 친척집 카우치에서 지냈다. 그러나 자신의 임금으로는 앞으로도 방값을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직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두 달을 지내다가 최근엔 보이프렌드와 공동부담으로 아파트에 서 살고 있다.
디즈니랜드 ‘프린세스들’의 가발을 손질하는 헤어스타일리스트 겸 메이컵 아티스트로 일하는 레베카 페더슨(27)의 임금은 시간당 11달러 68센트, “아무도 이 돈으로는 이곳에서 살 수 없는” 저임금이다.
가끔 2시간 걸리는 테메큘라의 어머니 집에 갈 때도 있지만 보통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따라 달리다 말리브 인근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옷으로 차창을 가린 후 쪽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근 스타벅스 화장실에 가서 양치를 하고 출근한 후 직장에서 샤워와 화장을 해결한다.
버톨라와 페더슨의 이처럼 고달픈 생활은 디즈니랜드 직원들에겐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다.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오렌지카운티는 관광산업으로 이름나 있으며, 테마파크와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및 인근 호텔들을 포함한 디즈니랜드 리조트는 오렌지카운티 내 최대 고용주이자 캘리포니아 전체에서도 가장 큰 고용주의 하나다.
그러나 약 3만 명에 이르는 종업원들 중 관광산업의 중심인 리조트와 식당, 호텔들을 돌아가게 만드는 수 천 명의 직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주거비 급등과 함께 최저임금 근로자들은 기본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즈니랜드 상당수 종업원들은 높은 주거비를 감당 못해 내륙 쪽으로 옮겨야 했다. 일부는 하루 몇 시간씩 걸리는 출퇴근에 시달리기도 하고 버톨라나 페더슨 같은 다른 일부는 몇 달씩 자동차에서 살거나 친구나 친척 집으로 전전하기도 한다.

디즈니랜드 직원 레베카 페더슨이 길가에 세운 차안에서 잠을 잔 후 인근 스타벅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나 쉔필드 찍음]
피크 시즌이면 주 60시간까지 일하는 페더슨의 수입은 주 350달러에서 500달러 선인데 이곳에서의 기본 생계비는 최저 주 700달러다. 새크라멘토의 싱크탱크인 ‘캘리포니아 예산 및 정책센터’도 오렌지카운티에서 최저생활에 필요한 독신 성인의 수입을 연 3만3,000달러로 제시했다. 오렌지카운티 내 150만 근로자의 약 38%가 이보다 적게 벌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빈곤율은 20.6%로 미 전체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노조가입 디즈니랜드 종업원 1만7,000명 중 85%의 임금은 시간당 15달러 이하다. 버톨라와 직장동료인 그녀의 보이프렌드도 각각 시간당 11달러의 임금을 받고 있다.
생활고가 주거비 때문만은 아니다. 서베이에 응한 종업원 15%가 푸드스탬프를 받거나 푸드뱅크를 찾아간다고 답했다.
디즈니랜드에서 몇 년간 요리사로 함께 일해 온 그레이스 토러스(28)와 남편은 시프트에 따라 시간당 12달러 88센트에서 18달러를 받고 있다. “월말이면 어떤 청구서부터 우선적으로 내야할지 고민한다”는 토러스는 “아이를 원하지만 간신히 먹고 사는 처지라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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