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카리브해에 태풍이 분다’는 주장에서 온 말로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뜻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와인스틴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작년 10월 여러 여성들이 할리웃의 거물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미국 각계에서 과거 성추행을 당하고도 말 못 하고 있던 여성들이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와 ‘미 투’ 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이제 태평양을 넘어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시인, 연극계의 거물 이윤택, 배우이자 청주대 교수인 조민기 등이 문화계 사제지간이라는 권력 관계를 이용해 제자들을 성추행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신인 여배우나 문인들은 이들에게 찍히면 사실상 그 바닥에서 매장된다는 공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들 요구에 응하거나 그냥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계에서는 이런 사실들이 오래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도 쉬쉬 하며 넘어가 원로가 신인을 성추행하는 것이 “관행”이 되는데 일조했다.
하긴 성추행이 관행인 것은 문화계 뿐만이 아니다. 이런 성범죄를 뿌리뽑는데 앞장서야 할 검찰에서마저 성추행이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다는게 올 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드러났다. 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현직 여검사를 공공 장소에서 성추행 할 정도면 한국 공직 사회의 풍토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 일이 터진 후 얼마 뒤 현직 부장 검사가 이와는 별개의 성추행 혐의로 구속됐다.
대학 교수들이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고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아시아나 회장이라는 사람은 젊은 기를 받겠다며 스튜어디스들을 정기적으로 불러 놓고 껴안는가 하면 종합 병원이라는 곳에서는 ‘장기 자랑’이라는 명목으로 간호사들에게 짧은 치마를 입히고 야한 춤을 출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게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고 촛불 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21세기 한국의 현주소다.
여성을 힘있는 남성의 노리개로 여기는 전근대적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뿌리뽑기 위해 청와대가 제일 먼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여성은 남성의 성노리개’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집필한 탁현민 행정관의 해임이다.
탁현민은 ‘남자 마음 설명서’라는 책에서 “허리를 숙였을 때 젖무덤이 보이는 여자” “뒤태가 아름다운 여자”가 ‘끌리는 여자’고 “스킨십에 인색하지 않은 여자”는 ‘만나본다, 이 여자’,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는 ‘하고 싶다, 이 여자’로 분류했다. 그는 또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책에서는 “아! 아름다운 대한민국… 8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 종목과 코스는 실로 다양하고, 그 안에 여성들은 노골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진열되어 스스로 팔거나 팔리고 있다… 오늘도 즐겨라”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국회에 출석, 탁현민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그의 주장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성폭력을 행사한 이윤택보다는 경미한 사안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대한민국에 청와대에서 일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권력 핵심에 놔두고 무슨 성추행 방지와 여권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부하로 두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한국에서의 성추행 뿌리뽑기는 탁현민의 목을 ‘미 투’ 제단에 바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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