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하탄 워싱턴하이츠 화재로 이재민 신세된 한인 박모씨
▶ 엄동설한에 빈손으로 나와 겨울 날일 막막…안전 이유로 아파트 출입금지
“엄동설한에 빈손으로 나왔으니 기가 막히죠.“
지난 8일 맨하탄 워싱턴 하이츠의 6층짜리 아파트(775 Riverside Dr)에서 발생한 화재로 100여명의 이재민들이 발생했다. 화재 발생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이들 중에는 박모(61)씨 등 한인 피해자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5층에 거주했던 박씨는 화재 당시 집에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화를 면했지만, 친인척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올 겨울을 나고 있다.
박씨는 불길이 치솟던 오후 1시30분께 당시 거실에 있다가 부엌 창문으로 올라오는 검은 연기를 보고 놀라 911에 신고를 했다. 박씨는 “밖이 갑자기 검게 변해서 창문을 열고 보니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소방차가 워낙 빨리 도착해, 금방 화재가 진압될 것이라고 안심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관문을 열었다가 연기로 가득찬 복도를 뚫고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 박씨는 소방관의 안내로 현장을 탈출했다. 레깅스에 코트 하나만 걸치고 나온 박씨는 또다른 피해 주민들과 함께 인근 성당으로 피신, 저녁까지 머문 후 각자 숙소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금방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은 하루 이틀 지나면서 어느새 사라졌다. 당장 입을 옷가지나 소지품이라도 가져올 수 있을까 싶어 매일 같이 아파트를 찾았지만 안전을 이유로 아파트 출입이 금지돼 집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있다. 박씨는 “가지고 나오지 못한 물건들 중에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반지와 한복, 아버지의 점퍼 등 평생을 고이 간직해 온 물품들이 있다”며 “렌트 아파트라 집보험도 없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는 ‘노 업데이트’(No Update)라고만 할뿐 기약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적십자에서 받은 500달러도 채 안되는 지원금은 다 떨어졌고, 화재 전에 하던 부동산 에이전트 일도 중단했다.
언제쯤 들어갈 수 있을까 같은 처지의 이웃들과 정보를 나누고 있지만 이렇다 할 소식은 없다. 박씨는 “같은 건물에 한인 신혼부부 한쌍이 있었는데 이들은 또 어디로 갔는지 걱정이 된다”며 “하루빨리 집안에 다시 들어갈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가 난 워싱턴하이츠 아파트에서는 총 68가구가 현재 터전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당시 화재는 2층에서 한 여성이 토스트를 만들다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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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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