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가 대학원생 시절 때 접한 주류 경제학 이론은 이렇다.
인간은 득과실을 따져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그렇지만, 탈러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때 철저하게 조목조목 따져가며 사는 호모이코노미쿠스 보다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과는 사뭇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가격파괴 라는 광고가 눈에 밟혀 구입하는 충동 구매, 남들에게 보이려고 명품 백을 구매하는 과시 소비,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한정판 혹은 희소성 있는 물건 구입만 고집하는 스노브 효과 등이 좋은 예다. 이에따라 탈러는 주류 경제학 이론에 의문을 품고 반기를 들었다. 그 결과, 인간의 무의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과 행동 요소를 가미해서 미화된 수학을 바탕으로 한 전통 경제학을 인간스러운 학문으로 변형시켰다. 그런 일탈적인 이론을 세운 탈러는 한 때 “이런 일탈을 한 내가 경제학으로 과연 먹고 살 수 있을까”라고 고개를 꺄우뚱 한 적도 있었다.
탈러의 일탈은 파리의 행동과 비슷하다. 유리병에 벌과 파리를 각각 5마리씩 넣고 병 바닥을 창가로 향하게 한 후 눕혀두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벌은 유리병 바닥 근처에 모여 탈출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모두 기진맥진해서 죽을 때 까지. 반면, 파리는 몇분 후 열린 병목을 찾아 유유히 빠져나간다. 왜일까. 생물학자들은 벌의 죽음을 그들이 지닌 지식 때문으로 해석한다. 즉, 빛이 들어오는 쪽에 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유리병 바닥이 막혔다는 새로운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채 그저 빛만 따라가는 것이다. 한편, 벌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파리는 빛의 방향이나 밝기에는 관심이 없다. 이리저리 유리병의 벽을 몇번 쳐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탈출구를 발견한다. 파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벌은 빛을 따라가면 살 수 있다는 한가지의 전통적인 지식만 고집한다.
벌이 지닌 지식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즉시 적응, 응용할 수 있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조건반사적으로 익힌 기계적인 것이었다. 이에비해, 파리는 하나의 지식이나 룰을 최종적,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그것에 구속되기를 반항하는 일탈자 처럼 행동했다.
“일탈이 있는 곳에 자유가 있다”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다. 어떤 이론이나 타인의 의견을 당연시 여기거나 아무런 의문없이 받아들이지 않는 일탈적 생각은 자신만의 시각을 키우는데 필요한 결정적 요소다. 그런데, 학생들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다니면서 16년 동안 배우지만 누군가 알려주는 정답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5 더하기 7은 무엇일까 라고 묻는 학교 시험문제는 쉽게 대답하지만, 무엇과 무엇을 더하면 12가 될까 라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사회에 진출하면 부대끼기 일쑤다.
교육의 목적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데 있다고 하지만, 오늘의 학교, 부모, 정부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시스템에 의문을 품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따라가는 학생을 미래의 인재로 부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시스템을 향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일탈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 여부로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의 눈을 향해 어느 누가 감히 반기를 들 수 있을까. 나아가, 눈 앞에 보이는 가장 시급한 문제가 최고 보수를 주겠다는 회사에 자신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일탈이란 것은 사치일 뿐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 사치가 노벨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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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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