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버드 대학 올리버 하트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 MIT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연구 분야는 ‘불완전 계약’ 이론이다. 경제주체들이 맺는 여러 가지 계약의 특성을 분석해 계약이 인간에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공로다. 이들의 연구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과도한 금전적 인센티브에 바탕을 둔 계약은 득보다 실이 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인센티브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인센티브가 제한적이거나, 성과측정이 용이한 경우에만 그렇다고 두 교수는 지적한다. 한마디로 계약에 의해 주어지는 금전적 동기가 항상 계약이 목표로 하는 바람직한 성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수화 아젠다를 세게 밀어 붙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보수정권들의 단골 메뉴인 규제철폐와 민영화이다. 당장 트럼프는 5일 항공관제 시스템의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연방항공국이 해온 업무를 비영리 기업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어 교도소와 재향군인병원 등을 민영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영교도소 관련 주식들이 트럼프로 인해 가장 큰 재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민영교도소 의존율을 줄이는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뒤집었다. 내세우는 명분은 물론 ‘효율성’이다. 민영화 만능론자들이 주문처럼 읊조리는 단어다. 정부는 비효율적이지만 이윤과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민간은 효율적이라는 맹신에서 비롯된 방침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리고 이윤과 비용절감이 효율성의 전부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민영교소도 재소자들의 출감 후 재범률은 정부교도소 재소자들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민영교도소의 수익원은 재소자 수이다. 많이 갇힐수록 자신들의 이윤은 늘어난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재소자들을 교화해야 할 동기가 별로 강하지 않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비영리 병원이 영리 병원으로 바뀌면 이윤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덩달아 늘어나는 게 있다. 환자 사망률이다. 왜 그런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주인공 한석규는 ‘의사 사장님’은 넘쳐나는데 ‘의사 선생님’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개탄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여온 영리병원 이슈가 강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건 바로 이런 현실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240여 년 전 ‘국부론’에서 “노동자들은 성과급제 임금에 의해 후한 보수를 받을 때 과로하게 되고, 수년 안에 자신의 건강과 육체를 망치기 쉽다”고 경고한 바 있다. 노동자 개인들만 그런 게 아니다.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공적 영역에 있어야 할 시스템이 민간 영역으로 이전돼 이윤을 동기로 움직일 때 그 시스템은 과로하기 쉽고 결국에는 건강성을 스스로 해치게 된다.
민영화가 절대 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선도 아니다. 민영화를 이념적인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민영화가 더 바람직한 부문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들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교도소와 재향군인병원 민영화는 후자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민영화는 선별적일 때에만 최적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윤이라는 동기에 의해 공공 부문이 설계되고 운영될 때 어떤 부작용과 폐해가 발생하는지, 시장 만능주의에 지배돼 온 신자유주의 30년은 넘쳐날 정도의 증거와 사례들을 제공해 왔다. 대중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인권과 직결된 문제는 공적인 기관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 정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민영화 만능주의라는 미신과 신자유유주의 미망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선별적이고도 균형 잡힌 시각만은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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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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