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의 초대/플라워아티스트 클레어 원 강
<사진= 이지훈 인턴기자>
생화와 콜라주 작품으로 플라워 아트의 새 장 개척
필라 국제플라워쇼 대상 6번이나…클린턴·라커펠러 등 단골
받은 것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책 출간
독창적인 생화작품과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한 콜라주 작품으로 플라워 아트의 새 장을 연 클레어 원 강(AIFD, 한국명 이원영), 미 전역에서 존경받는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추구하고 탁월한 공을 세워 플라워업계 최고 찬사를 받아온 클레어 원 강, 그의 첫 마디는 ‘내려놓는 것’이다.“받은 것을 리턴해야 하는 나이다. 적당한 때 내려놓아야 한다. 누군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연락주면 돕고 싶다. 플라워 치료를 받고 싶은 이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원봉사 하겠다.”
그는 1992년 AIFD(American Institute of Floral Designer, 미플라워디자이너협회) 플라워디자이너로 시작하여 2002년 정식회원이 되었고 매년 3월 열리는 미최대 꽃박람회 필라델피아 플라워쇼의 대상을 여섯 번이나 거머쥐었다.
“보통 꽃이 유럽에서 페덱스로 오자마다 아래를 잘라 따뜻한 물에 넣어 4~5시간 물을 빨아들이게 한다. 오버나잇 냉장고에 넣어 다음날 아침 하나씩 풀어내면 꽃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기운을 차리면 각자 갈 길을 가고 싶어 한다. 꽃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고 어느 꽃이나 적재적소에 쓰면 아름답다. 내가 사랑한만큼 꽃도 나를 사랑한다. ” 꽃을 사람 대하듯 한다.
클레어 원 강의 업적 중 하나는 플라워디자인과 콜라주 분야를 다룬 유일한 책 ‘원네스(Wonness)'를 2015년 출간한 것이다. ‘원네스’는 ‘하나 됨’을 뜻하는데 그의 작품 100점이상이 담겼다. ‘원네스’는 2016년 세계적 도서상인 에릭 호퍼 북 어워드(Eric Hoffer Book Award) 예술부문 상을 탄 바 있다.
현재 이 책은 하버드 대학 파인아트 도서관, 옥스퍼드 대학,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뉴욕 보타니칼 가든,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등 주요한 공공 및 사립 도서관마다 소장되어 있다.
●생화와 콜라쥬
클레어 원 강은 1968년 이화여대 미대 생활미술과를 졸업하던 해에 미국 유학을 와 펜실베니아 미술아카데미에서 유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도자기 디자인, 캐나다 노바스코샤 예술학교에서 바틱 디자인을 배웠다. 이렇게 색감, 질감, 형태에 대한 기초지식을 탄탄히 쌓은 위에 꽃을 다루니 남들과 차별화된 예술적 감각이 표현될 수밖에 없다.
클레어 원 강이 플라워의 세계에 접어 든 것은 1972년 강성권 박사(현 IBM 중앙연구소 연구과학자)와 결혼한 후 첫 딸을 임신했을 때 남편 직장 동료부인의 소개로 비롯되었다. 이미 대학시절에 요리, 동양 꽃꽂이, 피아노 등을 배웠던 그가 미국 꽃꽂이를 처음 배운 것은 카네이션, 팜팜, 베이비 그라스가 들어간 라운드 꽃꽂이였다.
“한번 배운 다음 혼자서 공부했다. 뭐든 열심히 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
생화는 금방 시든다는 말에 콜라쥬를 접목시켜 영구적인 작품으로도 만든 것이 플라워 디자인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고 2001 AIFD시카고전국대회에서 꽃 콜라주 페인팅을 소개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플라워심포지엄과 콜라주전에서 새로운 영감을 나누는 작품들을 소개하며 동료들의 인정과 후배의 존경을 받았다. 소호 피닉스갤러리, 노보갤러리 등지에서도 전시회를 가졌다. 그런데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가 플라워의 세계로 들어간 것을 후회하는 마음은 없었을까 궁금했다.
“금속학자인 아빠가 30대시절에 다친 적이 있다.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지 모르던 시절, 이제부터 내가 열심히 일하자 결심했다.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내가 꽃가게를 하면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꽃을 배웠고 처음 꽃이 좋아서 하던 것이 어느 순간 사랑하게 되었다. 남편도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다소 덜해져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클레어 원 강의 다소 절박했던 마음이 더욱 기술을 익히게 했고 웨체스터 차파쿼아 지역 플라워샵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한 것이 30년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통일
그의 단골은 주류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클린턴집, 라커펠러가문을 비롯 베라왕, 티파니, 블루밍데일, 노스트롬, 홀푸드마켓 등으로 활동무대가 넓어졌으니 완전히 꽃에 빠진 세월이었다. 사는 곳인 차파쿼아 초청강습을 비롯 프린스턴, 아몽크, 뉴저지 잉글우드 골프클럽 및 미전역의 가든클럽쇼에 참여했고 1991년~2012년까지 뉴욕식물원에서 플라워 아트를 강연, 2,000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2005년에는 뉴욕식물원 재직교사 200명 중 학생들이 선정한 ‘올해의 우수교사상’을 받았다.
당연히 상복도 쏟아졌다. 1992년 AIFD•1996년 필라플라워쇼 베스트상, 1997년•1999년 베스트업적상을 시작으로 매년 상을 받았고 2011년 펜실베니아원예협회 특별상 및 특별공로상, 2012년 필라쇼 특별공로상, 쇼케이드가든상, 창조상 등을 받았다.
클레어 원 강의 꽃 작품은 묘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꽃의 뒷면, 비싼 장미보다는 들꽃, 우리가 늘 보는 초록색 잎의 전면을 과감하게 중앙에 두기도 한다. 꽃을 만질 때 늘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작품 전시장에도 늘 음악이 흐르게 하는데 “음악이 정신적으로 클린하게 만든다.”고.
그는 가장 보람있는 작품으로 2014년 3월 AIFD팀과 함께 필라플라워쇼에 선보인 ‘글로벌 댄스’다. “조선시대 500년을 뜻하는 500개의 붉은색, 푸른색 병을 바탕에 깔고 가운데는 글로리아스릴리 꽃 380송이를 설치하여 38선을 나타냈다. 위아래에 있는 빈 병은 남과 북으로 서로 마음을 비우고 보완협력하여 아름다운 전체를, 하나로 통일됨을 염원하는 뜻을 담았다. ”
이 작품은 필라 국제플라워쇼 대상 수상작이자 책 ‘원네스’의 표지이기도 하다.
“웨딩 부케를 비롯 기쁜 일에도 꽃이 필요하지만 슬픈 일에도 꽃은 필요하다. 가장 싱싱하고 좋은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장례식 꽃은 슬픔도 덜어준다.”는 그는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은 단순, 진실, 성실, 자연스러움, 이 네가지를 통하여 나타난다. 꽃을 통하여 인생을 배운다. ”고 강조한다.
● ‘꽃이 사람이다’
“열심히 일했고 나무, 꽃, 자연에 빚을 졌다.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내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2014년 94세로 돌아가시기 직전 ‘원영아, 너는 참 지혜롭지’ 하신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2015년 1년간 영어와 한국어로 된 책을 준비했다.”
클레어 원 강은 책 출간을 준비하며 비로소 은퇴했다. 어머니가 주신 출간 종자돈에 엄청난 제작비를 최대한 도와준 남편 강성권 박사의 외조를 200%라고 표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과 두 딸이 꽃 앨러지가 있단다. 장녀는 광고회사 오너이고 차녀는 파이낸셜을 전공했다.
“집에 꽃을 못갖고 가니 작품 하고 남은 꽃은 다른 이에게 나눠주니 이 또한 좋은 일 아니냐”는 클레어 원 강, 작품이 워낙 특출나다 보니 가까운 동료에게 시기질투도 받았다. 그러나 ‘인생은 좋은 것 50%, 나쁜 것 50%로 밸런스가 유지된다 ”며 사람에게 받는 고통을 날려버리는 지혜를 준다.
그는 이제 꽃을 통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뉴욕가정상담소와 글로벌어린이재단 뉴욕지부를 초창기때부터 수십년간 소리 없이 돕고 있는 일도 쉬지않는다.
“내가 열심히 하면 결과가 있다. 내 마음이 순수하면 언젠가는 돌아오더라. 내 책이 민들레 홀씨처럼 세계 방방곡곡에 뿌리 내리기를 기도한다. 이 책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고 치유받고 기쁨과 희망을 갖기를 소원한다.”는 그에게는 ‘꽃이 사람이다’, 동료고 친구고 다정한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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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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