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때 파병하여 대한민국을 도와준 16개국 중에 에티오피아도 들어있다. 그 보은으로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세운 병원과 의과대학이 있다. 많은 자본을 들였지만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와 아내는 그곳을 찾아갔다.
아내는 학생들에게 내과 집중강의를하고, 나는 학생들의 임상실습 기재를 가져다주고 가르쳤으며 병원에서 젊은 의사들과 같이 상의하면서 환자들을 진료하였다.
지도를 보면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뿔처럼 생긴 곳에 있는데 다른 나라들에 둘러싸여 바다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빈곤하지만 에티오피아는 3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검은대륙의 자존심’ 이었다.
기원전 10세기부터 1974년까지 명맥을유지했던 악숨 왕조의 초대 황제는 이스라엘 지혜의 왕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아들로 알려진 메넬리크 1세다. 유대민족의전통이 존재했던 터라 북아프리카 국가중 기독교 인구가 많으며 독자적인 에티오피아 정교를 발전 시켰다.
에티오피아는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외세에 맞서 국권을 지켜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1896년 이탈리아의 침략을‘아드와’ 전투에서 격퇴하였으며 이집트의 침략을 물리친 아프리카에서 유일한독립국이었다. 문화적 자부심도 강하며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고유문자를 사용하며 커피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주식인 시큼한 맛의 빵‘ 인제라’ 를 자주 먹을 기회가 있었다. 좁쌀같이 생긴 테프를 갈아서 물과 섞어 며칠 발효시킨 반죽을 오븐에 빈대떡처럼 구워서 돌돌 말아 식탁에 올린다. 꼭 손수건을 말아놓은것 같아서 한국 사람들은 ‘빨래 빵’이라고 불렀다.
1936년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침략을 받았고,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패전하였다. 에티오피아 황제는 외국으로 망명하고, 이탈리아의 왕이 에티오피아 황제를 5년간 겸임하였다. 1941년 영국은이탈리아 군을 에티오피아에서 ?아내고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를 복귀시켰다. 황제는이 일을 교훈 삼아 6.25 때 불쌍한 나라 대한민국을 도와주기로 결심을 하였고, 최정예 용사들로 편성된 근위대 6,037명을 대한민국에 파견하였다셀라시에 황제에게 출국 신고를 마친부대는 아디스아바바 역에서 기차로 지부티 항구를 향해 출발했다. 수많은 시민과 정부 고관들이 나와 부대원들을 환송했다. 부대원을 실은 기차가 디리다와 중간 역에 잠깐 멈추었을 때 아낙네들이 인제라를 올려 주었는데 떨어지는 눈물에젖어 흐물흐물해진‘ 빨래 빵’을 군인들은목이 메어 제대로 먹지 못했다.
지부티 항구에는 미군 수송선이 대기하고 있었고 군인을 실은 배는 아덴만, 인도양, 말레이 해협, 동지나해를 거쳐 부산에 도착하였다. 전쟁 중 에티오피아 파병군은 전사 123명, 부상자 536명이 발생하였으나 참전국 중 유일하게 포로가 단 한명도 없었던 매우 용맹스러운 군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75년 에티오피아의 공산화 이후 참전용사들은 반동분자들로 몰려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포로도남기지 않았다는 점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
6.25 전쟁 당시 부사관으로 참전했던아베베 비킬라는 휴전 후 에티오피아로돌아와서 육상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하였는데 1960년 로마 올림픽에 출전해 맨발로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에티오피아를 불법으로 점령하였던이탈리아에 보기 좋게 복수한 셈이었다.
이번 방문 중 나는 한국 참전용사였던한 할아버지를 병원에서 만나 치료해 드릴 기회가 있었다. 나는 고마워서 몇 번이나 포옹을 해드렸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그곳에서 몇 년 동안 봉사 중인 한 선배 의사가 들려준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인도에서 한 번의 휴가도 없이 55년간 봉사를 했던 영국 선교사 애미 칼마이클이 남긴 말이다.
“누군가에게 사랑 없이도 베풀 수는 있지만, 베풀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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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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