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는 흔히 보수로 뭉뚱그려 분류되곤 하지만 전통적 의미의 보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성향을 드러낸다.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을 존중하고 전통과 관습을 중시한다. 또 공동체 합의라는 가치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극우는 이와 달리 ‘힘’을 숭상하고 ‘순결’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에게 공동체적 합의는 귀찮고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자신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은 물리력을 사용해서라도 관철하려 든다. 상대를 인정하려는 태도가 부족하다. 극우와 보수를 같은 범주로 묶기에는 결이 너무나 다르다. 그럼에도 대부분 극우권력은 보수 코스프레를 통해 실체를 감추려 든다.
출범한지 한 달 남짓 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와 깊이 연계돼 있다는 각종 의혹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레이스 기간 내내 트럼프가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호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당선 후 친러 성향 인물들로 내각과 보좌진을 채울 때부터 이런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동시다발로 심각한 혐의들이 드러나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러시아 연계혐의를 조사하라고 연방의회에 촉구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러시아와 푸틴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푸틴은 극우성향인 트럼프 행정부에 어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러시아 경제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중이다.
정보국 출신 푸틴은 가부장적 지도자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갈구를 어떻게 이용할지 꿰뚫고 있다. 러시아 미디어들을 동원해 자신의 육체적 강임함을 수시로 과시하면서 크림반도 침공을 통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자극했다.
이것저것 살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푸틴 스타일은 미국의 극우들에게도 대단히 매력적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극우 루돌프 줄리아니는 “푸틴이 지도자답게 행동했다”고 찬양했다. 힘을 앞세우는 강한 지도자에 대한 동경을 표출한 것이다.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자신들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하는 ‘푸틴 워너비’들이라 봐도 된다. 물론 트럼프도 그들 가운데 하나이다.
극우는 대개 권위주의적이다. 권위주의적인 사람일수록 편향된 추론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는 경향이 더 뚜렷하다. 그래서 티파티 같은 극우는 지구온난화 같은 과학적 사실에는 더 배타적이고, 가짜 뉴스는 더 쉽게 받아들인다.
이렇듯 단순화 된 편향은 절차와 수단의 정당성에 대한 무시로 이어지기 일쑤다. 시스템과 과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박근혜 탄핵반대를 위한 태극기 집회는 이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집회에 나온 일부 참가자들은 ‘계엄령 선포하라’ ‘군대여 일어나라’ 같은 황당하고 끔찍한 주장과 구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외친다. 이것이 바로 극우 멘탈리티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후 드러내고 있는 독단성도 본질적으로는 이와 비슷하다. 이민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사회적 합의도 구하지 않은 채 외골수로 결정해 밀어붙이는 태도에서 극우 본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날로 커지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과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미국사회의 갈등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동경해 온 극우 권력이 자초한 사달이다.
언론과 사법부 정도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푸틴 스타일이 정치 후진국인 러시아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민주국가인 미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이것을 흉내 내려 하고 있으니 시대착오적인 세력이라는 비판을 받는 게 당연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통 보수의 합리성을 외면한 채 독불장군 스탠스를 계속 고집한다면 미 사상 최악의 ‘꼴통 정권’이라는 불명예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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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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