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국의 800만개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아마존 고(Amazon go)의 오프라인 매장이 곧 영국에 문을 연다고 한다. 시애틀 본사에서 시범운영 중이라는 이 매장에 사람 직원은 3-6명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로봇이 일을 도맡으면서 직원 수가 줄어들어 영업이익 20%를 예상한다는데, 미국의 마트나 식료품점 평균 영업이익률 1.7%의 열배가 넘는 수치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한 마트회사가 지하철에서 QR코드만으로 생필품 샤핑을 하고 집으로 배달시키는 마케팅을 했다. 그 내용을 광고제에 출품, 수상한 것을 보고 무척 경이로웠던 적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생겼다.
더 오래 전 온라인 샤핑이 처음 나오기 시작했을 때, 아마도 90년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입어보거나 만져보지 않고는 상품을 사지 않는 법인데 그 저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였었다.
그때의 걱정은 기우가 되었다. 온라인 샤핑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문제가 나오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굵은 한줄기인‘개인주의(individualism)’는 포스트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어쩌면 모든 기술과 문화가 진보하는 핵심가치가 아닐까 싶다. 개인의 편리함, 개인의 이익, 개인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술들로 모든 게 대체되는 듯하다.
언젠가 공부하던 클래스에서 한 학생이 왜 요즘 사람들은 전화대신 문자를 선호할까?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자를 하게 되면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선택하고 받을 수가 있다. 내 사생활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통화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놀랍게도, 바로 내가 그렇게 하고 있었다. 예정되지 않은 전화벨은 내 스케줄이 침해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받지 않기 일쑤고, 필요한 의사소통은 간단하게 문자로 해결한다. 그러니 철저히 나는 개인주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샤핑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백화점에서 극도로 친절하게 달라붙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진 건 오래전이다. 사람 없는 쇼핑몰을 선호하다가 혼자 즐기는 온라인 쇼핑을 더 즐기게 되었다. 원하기만 한다면, 웬만한 모든 물품은 온라인 샤핑이 가능한 세상이다.
그런데, 왜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까. 요리하다가 갑자기 양파가 필요하면 ‘그래도 집 앞에 식료품점이 있어 다행’이라 여기고, 강아지 밥을 사러나가 직원에게 어떤 사료가 좋은지 듣는 시간도 중요한데, 아마존 고처럼 직원 없는 오프라인 매장이 들어찬다면, 그런 의사소통은 드문 일이 될 것이다.
개인주의의 끝은 어디일까? 사람이 저마다 혼자이고 싶어 하면서 각자 자신의 방에 갇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는 것일까. 사람이 없는 세상에 살면서 외롭다고 눈물짓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일까.
다 같이 우르르 몰려나가 점심을 먹던 회사생활에 대한 향수를 아프게 끊어내고 혼자 책상에 앉아 점심을 먹는 문화로 옮겨오기까지, 나에게도 일종의 슬픔과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었다.
이제 점점 더 사람이 사라지는 세상에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인 문화에 적응해가는 시간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사람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찾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
유정민 카피라이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