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업소 앞 청소·방범 등흑인 노숙자의 헌신에 감사
▶ 자바 한인업주들 생일파티

11일 LA 다운타운 샌피드로와 12가에서 흑인 노숙자 윌리 메이스(왼쪽 세 번째부터)가 생일 파티를 마련해 준 제이 김 사장 등 한인 업소 관계자들과 함께 생일 케익 촛불을 끄며 즐거워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11일 LA 다운타운 샌피드로와 12가 코너. 대낮 점심시간에 도로변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퍼지고 한인과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케익의 촛불을 함께 끄며 즐거워하는 훈훈한 장면이 펼쳐졌다.
바로 이 지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 흑인 남성 윌리 메이스(63)를 위해 이 구역 자바시장의 한인 업주들이 모여 생일 파티를 열어준 것이다.
샌피드로와 12가 구역 상가의 한인 업주들은 히스패닉 직원들과 함께 최근 자바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넉넉한 인심으로 메이스를 위한 생일 케익과 음식, 옷 선물 등을 장만해 전달했고, 이날 정오에 함께 모여 진심으로 메이스의 생일을 축하했다.
이들이 이날 이같은 생일 파티를 마련한 것은 흑인 노숙자 메이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인 업주들은 입을 모았다. 메이스가 홈리스이면서도 3년 째 샌피드로와 12가 구역을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청소 봉사를 하고 방범 활동도 도와왔다는 것이다.
북가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메이스는 10세 때 어머니를 따라 LA로 온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중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일을 까는 일부터 시작해 건물 경비와 청소도 했었고 공원의 시니어 프로그램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던 그는 1985년 절도죄로 교도소에 들어가 12년간 복역하고 1997년에 출소한 뒤 라스베가스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LA로 돌아온 뒤 홈리스가 됐고, 가족도 없이 홀로 LA 미션의 노숙자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매일 자바시장에 나와 자발적으로 거리 청소와 방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업주들은 전했다.
이날 메이스를 위해 생일 파티를 주도한 의류업체 ‘김씨네’(KIMCINE)의 제이 김 사장과 안젤라 하 매니저는 “윌리는 정말 부지런하고 친절해 상가 주변이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해주는데, 청소 뿐 아니라 갱이나 다른 노숙자가 상가에 피해를 주려고 하면 직접 나서서 막아주는 등 고마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12가 상가 가족들은 생일을 맞은 직원들을 함께 모여 축하해주는 전통이 있는데 얼마전 월 리가 이를 부러워하는 것 같아 마침 생일을 맞은 그를 위해 모두 함께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드레스코드 LA에서 일하는 직원 호르헤(40)는 “26년간 자바시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훈훈한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티에서 “63년간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생일 케익”이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한 메이스는 “보통 노숙자들이 오면 쫓아내는데 12가 사람들은 나에게 특히 친절했다”며 “내가 하는 일은 누가 강요하거나 부탁한 적이 없지만 사람들의 친절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어서 계속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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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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