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 선거 무엇을 남겼나
▶ 이메일 스캔들 고액 강연료 논란 속 미국사회 보수정서 ‘여성대통령’부담

9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패배 인정 연설을 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리천장’(소수 인종과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은 첫 여성 미국 대통령에 도전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끝내 열리지 않았다.
미국의 유리천장은 8년 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라는 첫 흑인 대통령에게 창을 열었지만, 여성에겐 닫혔다. 손에 닿을 듯 가까웠고, 오바마 대통령이 낸 균열로 산산조각이 나기 직전이었음에도 여성에게만큼은 여전히 강고한 모습 그대로 남은 셈이다.
이메일 스캔들과 고액 강연료 논란 등에서 유권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클린턴의 잘못이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최강 미국을 이끌 새 대통령으로 아직은 여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국민의 보수적인 시각도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쓰는 듯 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꼬리를 무는 악재와의 고군분투 끝에 결국 ‘결승선’ 직전에 무너졌다.
2008년 대권에 노크했다가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던 클린턴은 이번 두 번째 대권행에서는 승리를 예약한 듯했다. 국무장관직을 통해 국정 경험을 쌓으며 대권을 준비해온 데다가, 민주당 경선에서도 ‘혜성’처럼 나타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선거 전날에는 클린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한 연방수사국(FBI)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는 듯 했다.
여론조사마다 트럼프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팎의 초접전 속에 신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때문에 클린턴의 패배는 이번 대선의 최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레이스가 본격화되며 시작된 다방면의 언론 검증과, 이메일 공개로 드러난 새로운 팩트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국무장관 재직시절 사설 이메일 서버로 기밀이 포함된 공무를 처리한 ‘이메일 스캔들’은 선거기간 내내 악몽이었다.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고, 이메일 스캔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진솔하지 못한 해명으로 정직성에 타격을 입었다. FBI의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지어졌지만, 클린턴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는 마지막까지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외쳤다.
건강문제도 불거졌다. 9.11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폐렴과 탈수로 휘청이며 차량에 실려나가면서다. 2012년 뇌진탕 증세 후 혈전이 발견되면서 한 달여 업무를 중단하기도 했는데 이번 선거전으로 건강 이상설이 다시 증폭됐다.
돈과 연루된 좋지 않은 소문들이 돌며 부패문제를 아슬아슬하게 건드렸다. 국무장관 퇴임 후 고액 강연료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금융 심장부인 월가와 밀착돼 금융개혁에 무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족 자선재단인 ‘클린턴재단’이 외국 정부로부터 거액을 기부받고, 기부를 한 해당 정부 인사들을 따로 만나준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통령으로서 공정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떠올랐다.
이번 미국 대선기간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사람 중 하나는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임기 중 최고 수준의 지지율에 힘입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위해 열성적인 선거지원 활동을 벌인 오바마 대통령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대선 최고의 승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8일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예상밖의 승리를 거두면서 백악관을 트럼프에 넘겨주게 된 오바마 대통령은 씁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 대선전에 오바마는 어떤 전직 대통령보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임기를 불과 몇 달밖에 남기지 않았지만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을 무색케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높은 인기는 이러한 적극적인 선거 지원에 명분도 제공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6일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6%로, 임기 초 ‘허니문’ 기간이었던 2009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호감’ 후보 클린턴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인기가 그대로 클린턴에게로 옮겨가지는 않았다. 오바마 승리에 일조했던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는 이번 선거에서는 눈에 띄게 식었고 젊은 층도 오바마와 클린턴을 별개의 정치인으로 여기는 등 오바마에게 두 번의 승리를 안겨줬던 유권자들은 클린턴을 외면했다.
실제로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9,704명으로 대상으로 한 온라인 출구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투표자들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표를 던졌다는 응답은 21%,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표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이는 19%에 그쳤고, 55%는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데 오바마 대통령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결국 ‘킹메이커’가 되는 데에는 실패한 오바마는 내년 초 높은 지지율 속에 박수를 받으며 백악관을 나서도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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