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E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여론조사가 그의 지지층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 그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숨은 트럼프 지지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3일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 결정이 났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우위 구도의 여론조사 흐름과 달리 자신이 결국 승리, 또 다른 브렉시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빗나간 여론조사 예측의 한 원인을 '숨은 보수표', 이른바 '샤이 토리'(shy Tory) 유권자에서 찾았는데,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샤이 토리'는 1992년 영국 총선 직전 최종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1% 포인트 차이로 노동당에 지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7.6% 포인트 차로 이긴 데서 나온 말이다.
인기 없는 정당,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있는 정당을 찍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 실제 표를 던질 때까지는 여론조사원은 물론 경우에 따라 스스로에게도 어느 쪽을 택할지 입장을 입 밖에 내지 않는 유권자를 말한다.
트럼프가 그동안 각종 인종, 종교, 여성 차별적 발언과 막말, 음담패설 파문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었다는 점에서 그의 지지자들 역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꺼릴 것이라는 추측인 셈이다.
하지만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 여론조사에서 감지되지 않은 숨은 트럼프 지지층이 선거일에 대규모로 출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원이 직접 질문하는 전화 여론조사와 대인 접촉 없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동시에 한 결과,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통계적으로 중요한 수준의 격차는 없었다.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이 52%로 트럼프(47%)를 5%포인트 앞섰다.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이 51%, 트럼프가 48%로 그 격차가 3%포인트로 줄었다.
모닝컨설트의 수석 연구관 카일 드롭은 "이번 연구는 응답자들이 여론조사원에게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 일종의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 효과를 보여준다"며 "하지만, '샤이 트럼프' 유권자는 소수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답을 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브래들리 효과'로도 불리는데, 1982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흑인 후보인 톰 브래들리가 투표일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섰으나 실제 투표에서는 패배했던 것에서 나온 말이다.
폴리티코는 "샤이 트럼프 유권자는 일종의 신기루"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정치 분석가였던 스티브 힐턴은 CNN에 트럼프의 숨은 지지층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체 선거를 뒤흔들만큼 많을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오하이오나 미시간 등 일부 경합 지역에서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여론조사기관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로버트 P. 존스 소장도 CNN에 자체 온라인 조사와 전화 인터뷰 조사에서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으며 "트럼프 지지 사실을 인정하길 주저하는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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