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세상에 처음 눈뜬 작은 오리가 큰 오리를 따라가듯 아무런 의심 없이 따르고 싶었습니다.”지난 24일 청안(淸眼) 스님(사진)은 스승 숭산(崇山·1927∼2004) 스님을 회고하며 “이를테면 큰 자석(스승)과 중간 크기의 자석, 그리고 작은 자석이 있다면 큰 자석에 끌려가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196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청안 스님은 1991년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났다. 숭산 스님과의 만남은 출가 전 동시통역사로 살아가던 청안 스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1993년에는 스승을 따라 미국에서 동안거에 참가했으며 이듬해 한국 해인사에서 출가하게 됐다.
숭산 스님의 지도 아래 1994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화계사, 신원사, 해인사에서 수행했으며 1999년 숭산 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헝가리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도법사 자격을 얻었다. 현재 헝가리에서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일 년에 두어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청안 스님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헝가리인 불자들에게 한국과 한국 불교를 소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헝가리 사찰인 원광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 2000년 고향 헝가리로 돌아간 스님은 부다페스트에 보광선원을 세우고 참선 지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처럼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수행도량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유럽 최초의 한국식 사찰 불사를 발원한 스님은 2004년 9월 부다페스트에서 60㎞ 정도 떨어진 에스테르곰에 적합한 땅을 찾았고 2005년 2월부터 부지를 사들이며 원광사 불사에 착수했다. 이윽고 2010년 4월에 선방이 완공돼 개원식을 열었다.
스님은 “서양에서는 100년 넘도록 불교를 오직 책으로만 접했고 수행이 시작된 지는 이제 막 30년 정도가 지났다”며 “서양에 참선 문화를 널리 알리고 수행 문화가 이어갈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또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널리 그리고 깊이 유럽의 땅에 심는 것이 목표”라며 “외국 문화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불교에도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