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진범 나타나 용서 구한 사건, 무죄 확신”…28일 결론

기자회견하는 ‘삼례3인조’와 박준영 변호사
"진실은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 없습니다."
검·경의 부실 수사와 진범 논란을 빚었던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재심 공판이 7일 전주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박준영 변호사는 10여 분간의 최후변론을 통해 "진범이 나타나 유가족과 피고인들에게 용서를 구한 사건인 만큼 무죄를 확신한다. 눈물 나는 이야기니 가슴으로 들어달라"고 당부하며 '삼례 3인조'의 인생사를 읊었다.
▲ 강인구의 엄마, 강인구가 일곱 살 때 돌아가셨다. 왼쪽 팔에 장애가 있던 엄마는 노점에서 과일을 파는 여자였다. 늘 가난했다. 지적장애인 아버지는 술을 좋아했고 술을 마시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취해서 집에 들어오면 엄마를 괴롭혔다. 그날도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는 슬프고 괴로운 모습으로 방에 누워있었다. 엄마는 흰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 글을 모르는 일곱 살 강인구에게 내밀었다. 그는 아픈 엄마를 위해 가게로 달려갔다. 종이에 적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엄마를 도와 심부름을 한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만 했다. 엄마는 사온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엄마 입에서는 흰 거품이 일었다. 그는 옷소매로 엄마 입을 닦아줬다. 그러고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엄마가 그를 끌어안고 마지막 잔 날을 강인구는 가장 행복했다고 기억한다. 엄마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준 그 따뜻한 체온, 잠들기 전에 느낀 그 짧은 따듯한 기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강인구이다. 아버지는 그를 자주 타박했다. 이상한 약을 사다 줘서 엄마가 죽었다는 이유였다. 강인구는 월 1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단둘이 살았다. 아버지는 한글을 모르는 지적장애인이었고 그는 그 장애를 물려받았다. 가난했고 지적장애가 있고 중학교도 졸업 못 했다. 사건 당시 만 18세였다.

’삼례 3인조’ 최대열(오른쪽)씨와 임명선씨.
▲ 최대열의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 조서를 보면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저는 부모님을 돌봐야 하고 돈 벌어 집도 사야 하고 동생 학교도 다니게 해야 한다." 최대열은 장남이었다. 누나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19살에 매형을 만나서 일찍 가정을 꾸렸다. 그는 부모님을 돌봐야 했다. 엄마는 하반신 마비 1급 장애인, 아버지는 척추장애 5급 장애인이었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어머니는 다름 아닌 아버지와 땔감을 구하러 나갔다가 아버지가 운전하는 경운기에서 떨어져 장애를 입었다. 동생도 돌봐야 했다. 누나와 마찬가지로 중학교만 졸업한 최대열. 동생을 공부시켜주고 싶었다. 사건 당시 매형과 함께 건설현장에서 노동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신체장애가 있던 부모와 어린 동생을 돌봤다. 그런데 1999년 2월 15일 이른 아침 완주경찰서 형사들이 사람을 죽였다면서 최대열을 데려갔다. 집안의 가장이 없어진 후 부모와 동생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가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부모는 돌아가셨다. 동생은 중학교만 졸업한 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건 당시 만 19세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지적장애가 있었다. 장애가 있는 부모와 보증금 100만 원짜리 월세방을 살았다.

기자회견하는 ‘삼례3인조’와 유가족.
▲ 지난 공판에서 경찰의 폭행과 욕설이 가득한 영상을 봤는데 혹시 임명선 여동생들의 울먹이는 모습을 보았는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강제로 재연 당한 오빠. 그때는 너무 어려서 지켜주지 못했다. 임명선은 3남매 중 장남이었다. 임명선과 두 여동생의 유년시절은 도망과 외박으로 채워졌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오면 임명선을 여동생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갈 곳이 없던 3남매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동네의 버려진 집이나 다리 밑에서 이슬을 피해 잠을 잤다. 밖에서 밤을 보낸 3남매는 이른 아침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잠들었으면 몰래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갔다. 아버지가 아침에도 술을 마시고 있으면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가방 없이 학교에 갔다. 거리를 배회했다. 그는 지금까지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집에서는 술 취한 가난한 아버지가 때리고 학교에서는 가난하다고 놀리는 애들이 때렸다. 경찰에게 경찰봉으로 맞았고 교도소에서는 험악한 수감자들에게 맞았다. 임명선의 코는 왼쪽으로 휘어져 있다. 교도소에 맞아서 코뼈가 부러졌는데 제때 치료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20세였다. 임명선이 체포되던 날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있었다.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 아버지는 임명선이 교도소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혼자 울었다. 어머니는 임명선이 교도소에 가기 전에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엄마는 임명선이 언제 몇 년형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박 변호사가 이들의 인생사를 읽어내려가자 방청석에 있던 가족과 일부 방청객은 장탄식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
이들에 대한 무죄 여부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전주지법 2호 법정에서 결정된다.
앞서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지난 7월 '삼례 3인조'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후 '삼례 3인조'가 처벌을 받았지만 올해 초 이모(48·경남)씨가 자신이 진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한 데다, 유족이 촬영한 경찰 현장검증 영상 등을 토대로 무죄를 인정할만한 새롭고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삼례 3인조'는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유모(당시 76)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라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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