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 용천사, 첨단기업 종사자들 정신적 쉼터로 각광
▶ 엘리트 승려들 ‘로봇 스님’ 개발 등 적극 포교 “불교도 변하는 시대와 소통해야 살아남는다”

중국 베이징의 웅장하고 수려한 산 봉황령에 위치한 용천사는 젊은 하이텍 수재들이 물질만능의 화려한 생활을 뒤로하고 정신적 평안을 찾아오는 곳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중국 베이징 북서쪽 봉황령 산 정상에 위치한 용천사(Longquan Monastery)엔 지난 수백년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기 원하는 불자들의 구도의 행렬이 이어져왔다. 은행나무와 낙엽송의 그늘아래서 그들은 명상하고 독경하며 고대 법전의 가르침을 숙고해 왔다. 이제 사찰에도 새로운 세대가 도착했다. 그들은 후디를 입고‘빅뱅 이론’ 같은 TV쇼를 보며 기도문 교환을 위해 챗앱을 사용한다. 상당수가 중국에서 가장 핫하고 수요가 높은 첨단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격무에 완전 번아웃 상태로 지쳐 있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며, 무언가 변화를 찾고 있다.
“바깥세상의 삶은 혼돈되고 스트레스에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곳에선 평온할 수 있다”고 선 샤오쑤안(39)은 말했다.

지난해부터 용천사에서 평온을 찾았다는 하이텍 기업가 선 샤오쑤안.
정신회복 운동이 중국을 휩쓸면서 용천사는 새로운 불교 브랜드의 안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세속과 등지는 은둔이 아닌 연결을, 깊은 철학보다는 실용적 조언을 설법하는 불교다.
용천사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승려들에 의해 운영되는 절일 것이다. 핵물리학자, 수학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은 정확성에 근거하던 삶을 버리고 불확실한 정신적 영역을 추구하기 위해 불교에 귀의한 승려들이 많다.

용천사 경내에서 명상 구역 내에 들어가기 위해 밤색 가사를 입고 준비하는 방문객들
신도확장을 위해 승려들은 자신들의 디지털 기량을 십분 활용하기도 한다. 고행과 환생 같은 불교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풀이한 만화 시리즈를 소개해 인기를 끌기도 하고 지난봄에는 ‘로봇 스님’을 개발 해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절에 발 딛은 인공지능의 첫 시도인 ‘셴얼’이라는 이름의 키 2피트짜리 로봇 스님은 방문객들로부터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식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기도 한다.
전통적 불교계는 용천사의 이 같은 현란한 하이텍 도구가 부처의 가르침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족갈등 해소, 성공의 방법 등 현실적인 사안을 강조하는 이들의 방식이 보다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천사의 주지 쉐청 스님은 불교도 현대적 방식을 도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자신들의 접근 방식을 옹호한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매일 설법을 들으러 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그는 “불교는 오래된 전통이지만 현대적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려면 현대적 방업을 사용해야만 합니다”1천여년전 요나라 시대에 창건되었던 용천사는 전쟁과 문화혁명을 지나며 쇠락했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건되기 시작했고 2005년에야 사찰의 면모를 회복했다. 지금은 완전 현대화를 도입해 지문스캐너, 웹캠, 법전 연구를 위한 아이패드 등을 구비한 하이텍 세대와 소통하는 사찰이 되었다.
매일 삶의 지혜를 써서 올리는 쉐청 스님의 블로그 팔로워는 수백만명에 달한다. 불교설법의 세계 수출을 추진하는 용천사는 블로그 내용을 10여개 언어로의 번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베이징 명문대학들과 이 도시의 과학·테크놀로지 허브와 거리가 가깝기도 하여 용천사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곳이다. 그들은 물질주의가 만개한 사회에서 보다 깊은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또 심신을 혹사하는 일과에서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할 피난처를 구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
용천사는 특히 창업 기업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폭발적 인기를 끈 메시징 앱 ‘위챗’의 창시자 장 샤오룽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위챗’의 영감을 얻었다는 소문 때문이다.(장은 대변인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그러나 요즘에도 젊은 기업가들은 창의적인 개안을 희망하며 용천사로의 순례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테크놀로지 회사인 J.D.닷컴과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에서 일하는 젊은이들도 상당수다.
원래 종교가 없었지만 지난해 용천사에서 영적인 각성을 체험한 후 불교를 믿게 되었다는 선 샤오쑤안은 그때 셀폰도 없이 명상과 설법 경청과 정원 일하기에 몰두하면서 곧 정신이 맑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자기중심적이며 가족과 직장 부하들에게 화풀이를 하던 이전의 모습에서 변화한 자신을 느낀다는 그는 용천사는 “갈등이 없는 작은 유토피아”라고 말했다. “이곳 산속에 들어오면 누가 나를 괴롭힐까, 누가 나를 욕할까, 누가 내 뒤통수를 칠까 등을 조바심하지 않게 됩니다. 스스로 안정과 신뢰를 갖게 되면 마음을 열고 남을 도우며 자신의 신념을 탐구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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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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