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스파고 은행 ‘유령계좌 수백만개’파문-고객 몰래 오픈… 항의 땐 실수였다 거짓말
▶ 경영진도 묵인…“그릇된 기업문화 그 자체” 직원들 “실직 공포감에 윤리 따지는 건 사치”
미국 최대 금융기관의 하나인 웰스파고 은행이 고객들 몰래 유령계좌를 수백만개 개설해 수수료를 챙겨오다가 2억달러 가까운 벌금을 물게 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본보 9일자 A1면 보도) 이같은 사태가 직원들에게 무리한 실적을 강요하는 이 은행의 경영문화가 불러온 참사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일 연방 및 LA시 사법당국의 웰스파고 제재 발표 후, 이 은행이 고위층이 연루된 조직적인 수법으로 고객이 모르는 계좌들을 양산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직 직원인 이들 내부고발자들은 경영진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마케팅 목표를 세워놓고 불법을 포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하도록 압박했다고 입을 모았다.
9일 CNN머니와의 인터뷰에 응한 사브리나 버트랜드는 2013년 휴스턴의 웰스파고 지점에서 퍼스널 뱅커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매니저들이 내 면전에 대고 고함을 지른 적이 있다”며 “그들은 계좌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고객들로 하여금 복수의 계좌를 열도록 나를 조종했다”고 말했다.
숨막히는 은행 내 분위기는 지난해 5월 LA시 검찰이 웰스파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확인된다. 소장에 따르면 웰스파고의 지역 담당 매니저는 관할 지점들의 실적 상황을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 3시, 5시 등 하루 네 차례씩이나 점검했다.
여기에 은행 내부적으로 고객 1명이 8개의 금융상품에 가입토록 목표를 정하고 직원들을 독려하며 무리한 교차판매를 강행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개인 목표를 채우지 못한 직원들은 무차별적으로 질책을 당했고 이런 이유들로 이번에 적발된 것만 무려 200만개 이상의 유령계좌가 대량 생산됐다는 것이다.
샌디에고 지점에서 일하다가 2013년 웰스파고를 떠난 앤서니 트라이도 “경영진도 불법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했다”며 “오랜 시간 굳어진 기업문화처럼 불법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구걸하다시피 동의를 얻어 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어떤 날은 늦게 퇴근하고 싶지 않아 먼 친척 등에게 부탁해 5개의 체킹 어카운트를 오픈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의 한 전직 직원은 보다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이 직원은 “매니저들이 고객 몰래 계좌를 오픈하라고 실제로 지시했다”며 “만약 고객이 항의하면 사과하고 실수였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시켰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는 “단순히 직원 개인이 본인의 할당 목표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층부의 협박에 의해 이뤄진 조직적인 불법이었다”고 고백했다.
LA시 검찰은 웰스파고를 가리켜 고객이 피해를 입든, 직원이 비난을 받든 상관하지 않는 ‘수수료 생산 기계’라고 지칭했다. 대학에서 금융 윤리에 대해 강의하는 줄리 라가츠 교수는 “웰스파고 사태의 범인은 불법을 저지른 직원 개인이라기 보다 비뚤어진 기업 문화 그 자체”라고 정의내렸다.
미니애폴리스의 웰스파고 지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또 다른 익명의 전직 직원은 기업 문화에 대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가득찬 살인적인 근무환경에서 직업 윤리를 따지는 것은 사치였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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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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