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WFP 방문해 역설적 현실 개탄

즉위 후 처음으로 세계식량계획(WFP)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상 무기는 전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유통되지만, 인도주의적 식량 원조는 관료주의 등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을 개탄했다.
13일 오전 로마에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본부를 방문한 교황은 수 천 명의 WFP 직원과 외교관을 앞에 두고 “식량 원조와 개발 계획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결정과 관세 장벽, 편협한 이념 등에 자주 가로막히는 반면 살상 무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전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가 일어나 50명의 사망자가 나온 사건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랜도 총격 사건 발생 직후에는 "분별없는 증오심의 표출"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교황은 이날 구체적으로 올랜도 총격 사건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살상 무기들이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거의 절대적 자유를 누리며 유통되고 있으며, 이 결과 사람이 아닌 전쟁이 자양분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위 이후 처음으로 WFP 본부를 찾은 교황은 이어 “식량 부족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라며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이기적이고, 잘못된 식량 자원 배분과 식량의 상품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인도적 차원의 식량 원조에 있어 불필요한 요식 행위를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또 “대지는 남용되고, 착취당하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과실을 생산하며 인간에게 최상의 산물을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굶주리는 사람들의 존재는 우리가 대지의 의도를 좌절시키지 않는지 돌아도록 만든다. 인간은 대지가 제공하는 과실을 소수를 위한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 사회가 빠져있는 소비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음식물)과잉과 일상적인 음식 쓰레기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며 “우리는 버려지는 음식물이 어떤 의미에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굶주린 사람들의 식탁에서 훔쳐온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WFP는 전 세계 80개국의 약 8천만 명의 인구에게 긴급 식량 원조를 제공하는 유엔 산하 기관으로 최근 시리아 정부의 승인을 받아 내전으로 봉쇄된 다마스쿠스 다라야 지역에 2012년 이래 처음으로 식량을 지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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