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경제난에 따른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다 큰 자식들을 부양하는데 지친 부모들이 법정까지 가서 자녀를 먹여 살릴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달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방 지로나에서는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도 않고 훈련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18세 아들에게 아버지가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같은 달 서부 폰테베드라 지역 법원도 24세 아들을 더는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이 아들은 2009년 졸업 이후 단 40일 동안 일했으며, 두 번의 직업훈련 과정에 등록했지만, 실제 교육을 받은 것은 20시간에 불과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2008년대 말 세계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45%로 그리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다. 30세 미만 스페인 청년의 80%가 부모와 함께 산다.
이런 스페인판 캥거루족은 '니니스'라고 불린다. ‘공부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ni estudia ni trabaja)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15∼29세 청년의 다섯 명 중 한 명(19.4%)은 니니스족이다.
영국의 경우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으면서 고용상태가 아닌 청년들을 가리키는 비슷한 개념의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비율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2%였다.
가정변호사연맹의 마리아 돌로레스 로사노 회장은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기생자녀'가 늘어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경제위기가 원인"이라고 영국 일간 타임에 말했다.
그는 "독립적으로 살려는 노력 없이 부모에게 의지해 사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세대"라며 "일부 부모들은 오히려 학대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청년 실업과 그로 인한 부작용은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 실업률이 40%인 이탈리아에서도 30∼40대까지 부모에게 얹혀사는 '밤보치오니'(bamboccioni·큰 아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법적분쟁은 1년에 8,000건에 이른다.
지난 4월 모데나에서는 이혼한 중년 남성이 먹고 살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대학원생 아들의 양육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며 법원의 판결을 구했지만, 법원은 아버지가 대학원 학비도 지원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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