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가 요즘 한국에서 부쩍 늘었다.
‘모란봉’이라는 프로는 탈북여성들이 자신들이 북한에서 어떻게 지냈으며 남한 생활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인데 흥미진진을 넘어 때로는 쇼킹하기까지하다.
엊그제 ‘모란봉’에는 북한경보부대 출신 상사 안혜경 씨가 북한 여군 입대시 신체검사 과정에 대해 설명했는데 우리들에게는 상상이 안 되는 내용이었다. 여군 신체검사를 남자들이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발가벗은 여성이 부끄러워몸을 가리면 “나가라”면서 그 자리에서 불합격 판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여군이 사회적신분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입대경쟁이 치열한 모양이다.
많은 북한의 엘리트들이 남한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요즘은 김정은 뉴스가 나오면 이들이 그 배경을 해설한다. 내가 즐겨듣는 프로는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유럽에서 근무하다 남한으로 망명한 고영환 씨의 북한 뉴스 배경설명이다. 그는 지금 한국정부의 국가안보 전략연구원 부원장 직을 맡고 있으며 대북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이 그의 암살을 지시했을 정도다. 고영환 씨는 북한 지도층 사회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해설에 깊이가 있다. 그에 의하면김정은이 핵문제를 자꾸 끄집어내는 것은 대미, 대남용이라기 보다 대북용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맞서는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 남한에는 3만 여명의 탈북민이 살고 있다. 지난해 입국한 탈북민은 1,088명이다. 2009년에는 한해 2,900명이 넘어 왔었는데 숫자가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이 관심을 끈다. 남한으로 오는 탈북민은 왜 줄어들고 있는가.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라는 탈북민 사이트에 의하면 탈북민이 남한에서 생활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소문이 퍼져 근래에는 남한보다 유럽, 미국, 캐나다 등으로 망명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지내며 겪은 씁쓸한 경험담이 북한에까지 소문이 퍼져 남한을 동경하는 꿈이 전보다 약화 되었다는 것이다.
돈 없으면 차별 당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생리다. 탈북민만이 아니다. 남한 사람들도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인간적 차별을 실감한다. 그래서 갑질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북한이 잘 살고 남한이 못사는 상태에서 통일된다면 북한에서도 똑같은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6.25때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은 부산이나 대구에서 차별받지않았다. 왜 그랬을까. 남한 사람들도 모두 못살았기 때문이다. 빈부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이 남한에서한국인들과 대등하게 살겠다는 그 기대야 말로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존경쟁에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북한인들은 이 경쟁과정을 인간차별로 받아들이는것 같다.
남북이 통일되면 과연 북한이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할수 있을까.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남북의 대립은 영호남 대립의 몇십배가 되는 사회적인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1세들에게 있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짐이요 갈등이다. 2세나 3세시대에 이르러서야 북한인들이 남한인들의 사고방식에 동조하게 될것이다. 의식을 바꾼다는 것은 1,2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진정한 통일을 이루려면 북한인들의남한 배우기뿐만 아니라 남한인들의 북한 배우기도 지금부터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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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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