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때마다 부모·친척들 성화
▶ 여자친구 대여업까지 성업 중

베이징 동지멘 지하철역 출구에서 통행자들이 결혼압박에 저항하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걱정 마세요.
세상은 넓어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이구요.
독신자라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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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서 연출된 집단 결혼식. 독 신자 들에게 결혼할 의향 을 불 어넣어주기 위해 마 련된 매치메 이킹 이벤트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춘제 등 명절이 되면 결혼하라는 잔 소 리를 귀 가 따 갑도 록 듣게 된다.
“올해엔 꼭 결혼해야지.”해마다 춘제를 맞아 귀향하는 중국의 독신남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자, 남의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친척 어른들로부터 꼭듣게 되는 훈계다.
나이가 꽉 차도록 배우자감을 만나지 못한중국 젊은이들에게 결혼하라는 권유는 짜증스런 심리적 압박감을 강요한다.
과년한 자녀를 둔 중국인 부모가 입에 걸과 다니는“ 꼭 결혼하라”는 주문을 현지어로는‘비훈’이라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못해 부모님의 품에 자신의 2세를 안겨드리지 못하는 것은 중국의전통적 관점에서 보자면 영락없는‘ 불효’다.
사실 중국 사회에서 독신자는 성인대접조차받지 못한다. 결혼해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루어야만 비로소 어른의 반열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
결혼해야한다는 주변의 압박이 워낙 강하다보니 비훈이라는 말 자체가 대를 거듭해 전달되는‘ 비유전적 문화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압박감에 시달리는 그룹이 게이와 트랜스젠더, 즉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다.
성소수자인 이들은 거의 대부분 가족에게조차 그들의‘ 성적 정체’를 숨긴다.
연애운이 별로 없는 남녀 독신자들도‘ 비훈’이라는 억지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운’이 따라주지 않아 결혼상대를 붙잡지 못하고 그렇지않아도 애를 태우는 판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올해는 넘기지 말아야지” “네 나이가몇인지 아니?”등의 잔소리는 성가시다 못해 화를 돋아 올리기 충분하다.
‘비훈’이 동반하는 중압감은 독신남보다 독신녀의 어깨에 훨씬 무겁게 얹혀 진다.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법적혼인허용연령인20세부터 줄기차게‘ 비훈’ 세례를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가장 잘나가는비즈니스 가운데 하나가 결혼중매업과 가짜여자 친구 대여업이다.
어른들의 비훈 타령을 피하고 싶은 젊은이들은 춘제를 맞아 고향에 내려갈 때 가족들을속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파트너를 대여하기도 한다.
중국 최대의 연휴을 앞두고 방영돼 대박을터뜨린 24부작 TV드라마‘ 춘제귀향용 여친대여’는 비훈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그러나 가짜 여자 친구를 임대해서라도 비훈 고문을 피하려 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결혼은 행복의 조건도, 인생의 필수적 선택도아니다”는 반성과 저항의 목소리가 조금씩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의기투합한 몇몇 친구들이 어른들의 비훈 ‘염불’에 맞서 독신주의를 옹호하는유료광고를 통행자들로 붐비는 베이징 동지멘지하철역에 붙였다.
포스터가 나붙은 동지멘 지하철역 이용객은월 수백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반 비훈 포스터는 단 한 장밖에 내걸리지 못했다. 벽에 포스터 한 장을 붙이는데 무려 3,800 런민비(미화 약 5,800달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포스터를 제작한 그룹은 학생과 예술가, 사회단체 관계자 등 약 10명으로 짜여져 있다.
사교미디어를 통해 만난 이들은 광고자금을마련하는데 어려움을 느꼈고 결국 가로 3피트,세로 4.5피트짜리 포스터 한 장을 붙이는데 만족해야 했다.
자신의 정체가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영어이름만을 사용해줄 것을 요청한 NGO워커 코비(27)는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른들이 구두선처럼 입에 올리는 ‘훈비’가 도를 넘었다”며 “이로 인해 독신남녀들이부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통행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에 반박 포스터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 한 장의 포스터를 붙이는 작업도만만치 않다.
우선 광고회사에 포스터 디자인을 넘겨야한다. 디자인을 접수한 광고사는 베이징 공상국 지부와 함께 심사에 들어간다.
코비가 참여한 그룹도 첫 디자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전면수정을 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당국의 승인을 받은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걱정 마세요.
세상은 넓어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이구요.
독신자라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답니다-포스터의 맨 끝에는 독신자를 위한 핫라인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핫라인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정오부터 오후 7까지 오픈된다.
포스터 광고는 출제가 끝난 후 3월 초까지동지멘 지하철역 입구에 걸리게 된다.
<뉴욕타임스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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