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영웅 난다’라는 말이 있다. 링컨, 루즈벨트도 그렇고 처칠, 드골도 다 난세가 있었기에 영웅이 된 인물들이다. 지금 한국정치는 난세에 가까울 정도다. 뭐가 되는 일이 없다. 국민들은 국회가 차라리 해산되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어느 대학교수는 군부 쿠데타만이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야당이 이렇게 답답한 정국에서 뭐가 좀 뻥 뚤리는 시원한 결단을 보여야 할 때인데 겨우 선택한 카드가 ‘김종인’이라니!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그는 난국을 해결하기는커녕 난국을 더욱 난국에 빠트리는 악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종인이 누군가. 전두환 정권에서 비례대표를 두 번이나 지냈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비례대표에 이어 보사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것은 노태우의 비자금 형성에 앞장섰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는 경제수석 시절 안영모 동화 은행장으로부터 2억1,000만원을 뇌물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권력형 부패정치인이다.
기가 막힌 것은 노무현 탄핵결의를 적극 지지한 그가 노무현 정권에서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점이다. 좌우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를 네 번씩이나 하고 또 지난 대선 때에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과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다. 한국정치에서 ‘철새 정치인’의 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정치판에 이렇게 인물이 없나하는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사람을 문재인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 갖다 앉혀놓은 것이다.
그의 생존무기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도 안되는 ‘경제 민주화’다. 쉽게 설명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삐딱하게 사시의 눈으로 보며 서민들의 불만에 야합하는 재벌 타도 논리다. 그가 국보위에 차출되었다는 것도 거짓말로 들어났다. 당시 강제 차출된 교수들은 국보위 해체 후 다 캠퍼스로 돌아갔으나 김종인은 비례대표로 건너 뛴 것이다. 군사정권에 잘 보여도 보통 잘 보인 것이 아니다. ‘경제 민주화’라는 조항을 자신이 헌법에 넣었다는 말도 거짓임이 드러났다. 김대중 총재가 야당시절 주동이 되어 이루어진 것이 증명되고 있다.
정치인의 능력은 위기관리 능력이다. 이 능력을 보이려면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 정직하지 않으면 국민이 믿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에 항상 ‘정직한 지도자’가 1위로 꼽히는 것은 한국 정치의 혼란이 근본적으로 불신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정책에서 엉망인데도 왜 국민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인가. 정직한 정치인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을 내세운 지도자가 남에게는 엄한 잣대를 적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하다면 이는 C급 지도자다. 위선자 스타일이다. 남에게도 엄하고 자신에게도 엄하면 B급 지도자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해야 A급 지도자다.
자, 김종인이 어느 급의 지도자라는 답이 이제 나왔다. 그는 C급 지도자다. 그는 참모로서는 쓸모 있을지 모르지만 정당을, 더구나 야당을 이끌고 가는 지도자로는 턱없이 부족한 인물이다. 문재인 대표가 의원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 너무 급하게 결정을 내려 당을 지뢰밭에 빠트렸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때에 한국 야당이 드골과 같은 정직한 인물을 내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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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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