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영향으로 한국과 동시에 확산되기도…
▶ 한인사회 경쟁 심화 지도력 부재 확산 원인
루머나 괴담이 한인사회를 술렁이게 하는 일이 잦아지고 SNS의 영향으로 그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음해성 루머가 확산돼 견실한 사업체가 타격을 받기도 하고, 개인에게는 씻기 힘든 불명예를 남기기도 하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섬뜩한 괴담이 불안감을 조장하기도 한다.
◆루머 난무하는 한인사회
최근 LA 한인사회에는 매매절차를 진행 중인 한인 대형 식당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성 루머가 확산돼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 식당이 ‘로비구역’으로 한정된 ‘주류판매 라이선스’로 불법 영업을 해왔으며 이로 인해 최근 주 정부 당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수백만달러가 걸려 있는 매매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루머였다.
하지만, 루머는 전혀 근거가 없었다. 루머와 같은 주류판매 라이선스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식당이 벌금을 부과 받은 적도 없었다. 지인을 통해 뒤늦게 이 루머를 접한 업주는 “황당한 루머다. 매매계약을 무산시키려는 악의적인 음해인 것 같다”고 분개했다.
LA 자바시장의 한인 의류업계를 패닉상태로 몰고 갔던 루머도 있었다. 주류 시장에 진출한 한인 의류업체가 챕터11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엄청난 내용으로 거래가 많은 한인 중소업체들에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진상은 이랬다. 이 업체에 납품하던 일부 한인업체가 대금결제가 지연되자 불안감으로 이 회사의 재정문제를 거론했던 것이 부풀려지면서 파산설로 확대된 것이었다.
‘전두환 비자금 유입설’로 의혹에 시달렸던 한인마켓도 있다. 한인 대형 마켓체인 ‘H마트’가 실제 겪었던 일이다. 전두환씨 일가가 비자금을 미국으로 빼돌려 거액을 투자했으며, 이 마켓의 실소유주가 전씨 일가라는 루머였다. 루머가 확산되자 한국 유력 매체까지 나서 마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미확인 보도를 해 루머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과했다. 이 마켓이 체인망을 확장하던 시기와 ‘전두환 비자금 유입설’이 유포되던 시기가 우연히 겹쳐 생긴 의혹이 루머로 확대됐던 것이었다. 뒤늦게 창업주가 이를 공식 부인하고서야 루머는 잠잠해졌다.
◆섬뜩한 괴담, 불안 조장하기도
한인들을 섬뜩하게 만드는 괴담들도 있었다. 지난해 LA에서는 갱단이 100일 동안 100명을 살해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루머가 급속도로 확산된 적이 있다.
이 괴담과 퍼지자 한인사회에서는 ‘갱단의 표적이 한인타운’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그러자 ‘한인타운 놀만디 길과 웨스턴 길을 피해야 한다’는 SNS 메시지가 한인들 사이에 퍼졌고, 이 SNS 메시지에 한인 경관이 했다는 말까지 더해지면서 한인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괴담은 LAPD가 이를 부인하는 기자회견까지 하고서야 수습될 수 있었다.
캐나다 한인사회에서는 지난 2013년 살해된 한인 3명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끔찍한 괴담이 유포된 적이 있다. 한인 남성 3명이 한인 여성 1명을 집단 성폭행했으며, 가해 남성 3명이 숨진 사체로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까지 명시한 괴담이 확산되자 토론토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까지 했지만 이 괴담은 한 한인 남성이 장난삼아 저지른 거짓말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나 한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SN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괴담이 한인사회로 확산되는 사례도 있다.
소위 ‘마른 해산물 괴담’이 대표적이다. ‘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시식해볼 것을 권하는 마른 해산물을 절대 먹지 말라’는 경고가 담긴 이 괴담은 해산물에 마취제 성분 ‘에틸에테르’가 들어있어 이 냄새를 맡게 되면 혼절하게 돼 장기밀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괴담은 실제로 한국에서 수년 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퍼졌던 것으로 이 괴담에 뉴욕의 맨해턴 거리나 LA 한인타운 등의 구체적인 장소가 더해져 한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다른 인종이나 종교에 대한 증오를 유발하거나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불안을 조장하는 루머들도 있지만 대부분 극히 일부 사실에다 허위정보를 버무려 만들어진 악성 루머에 불과하다.
메르스 사태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한국에서는 ‘메르스가 에이즈와 결합하면 수퍼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며 동성애자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괴담이 퍼져 일부 한인들은 한국여행을 취소하기도 했고, 엄청난 전자파를 지닌 혜성이 지구에 접근하니 셀폰이나 전자제품을 켜두면 전자파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루머가 한인사회로 확산된 적도 있다.
종교와 관련된 황당한 루머들도 있다. ‘동성애를 합법화한 미국이 성경 출판을 금지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는가 하면, ‘한국에 이슬람대학이 설립돼 한국이 이슬람 국가가 될 것’이라는 등 특정 종교에 대한 두려움이나 증오를 부추기는 루머들도 있었다.
◆SNS 영향 갈수록 커져… 신뢰도 낮은 사회가 루머 양산
험담이나 뒷 담화에 그칠 수도 있는 헛소문이 악성 루머나 괴담으로 확대되는 것은 SNS의 영향이 크다. 무한 복제와 시공간 파괴를 통해 SNS가 루머나 괴담 확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한인 사회학자인 뉴욕 퀸즈 칼리지의 민병갑 교수는 “최근 한인사회에서 확산되는 루머나 괴담들의 특징은 대체로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과 한인사회의 루머나 괴담이 동시성을 갖는 경우가 많고, 한인 커뮤니티의 내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루머가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우리가 속한 사회가 공적 신뢰도가 낮고 눈에 보이는 지도력이 부재한 경우에도 악성 루머가 확산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공적 신뢰가 무너지면 자기 확대과정을 거치는 루머를 차단하기 어렵다. 또, 공적 루트로 생산된 정보를 불신하는 구성원들은 근거 없는 루머에 의존하게 돼 루머나 괴담의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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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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