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 인상 없이 인하로 돌아선다면 1997년 이후 처음

<그래픽> 美기준금리
연초부터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고 유가는 배럴당 27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년 만에 처음으로 제로(0) 수준의 연방기금 금리를 0.25∼0.5%로 올렸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관계자와 연준 위원들은 올해 연달아 3∼4회에 걸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세계 경기가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미국 연준이 올해 안에 단 한 번도 금리 인상을 못 할 가능성이 한 달 만에 치솟았다.
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올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목표가 0.5%일 가능성을 27.6%(22일 기준)로 반영했다.
이는 지난달 점쳤던 가능성인 5.6%에서 5배로 늘어난 수치다.
12월 FOMC 금리 목표가 0.5%인 것은 현행 금리 0.25∼0.5%에서 더는 추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당장 이달 27일 FOMC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1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까지 금리 동결 가능성은 67.6%로 압도적이었다.
우선 전 세계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은 지난해 연간 경제 성장률이 6.9%에 그쳤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0년 3.8% 이후 처음이다.
일본도 지난해 12월 공작기계 수주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8% 줄어들고, 핵심 기계 수주량은 전달과 비교하면 14.4% 감소해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 수주량은 제조업체의 수요를 반영해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연준은 지난해 9월에도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와 글로벌 경기 하강 위험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도 연초부터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저유가 기조가 심화하면서 연준이 쉽사리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최근 경제 지표도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주 미국의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9만3천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해 산업생산 증가율은 1.3%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았고 같은 기간에 소매판매도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미국 경제는 소비 중심으로, 소매판매 증가율이 경제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기 둔화가 전 세계 디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있다며 만약 연준이 또 금리를 올린다면 "정말 놀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말고도 금리 인상 가능성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있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해다. 정치인들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못 하도록 온갖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SEI 인베스트먼트의 숀 심코는 "우리가 볼 때 2016년 안에 연준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린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며 "연준은 확실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에 그치고 동결 끝에 인하로 돌아서게 된다면 이는 1997년 3월 이래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연준은 1997년 3월에 금리를 5.25%에서 5.5%로 0.25%포인트 올렸지만 1년6개월동안 동결한 끝에 1998년 9월 다시 5.25%로 인하했다.
당시에도 미국은 아시아 각국과 러시아의 경기침체 여파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금리를 제자리로 돌렸다.
시장 전문가 짐 그랜트는 "연준이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할 것 같다"며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을 후회하고 올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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