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인기 음악 장르…범죄·폭력·마약 미화로 논란
"산에 올랐을 때 저 멀리서 울고 있는 작고 늙은 여인을 보았네. 무슨 일이신가요?…그들이 '엘 차포'를 잡아갔어요. 소식이 맞는다면, 가난이 우리에게 찾아오겠죠."
멕시코의 유명한 '마약 발라드' 밴드 '라 벤타하'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본거지인 멕시코 시날로아 주 쿨리아칸에서 공연한 노래 '산에서 우는 사람들'의 가사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구스만의 체포를 계기로 멕시코에서 다시금 '마약 발라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나르코 코리도스'라고 불리는 마약 발라드는 마약 밀매상 등 범죄자와 폭력을 미화하는 가사를 담은 멕시코의 인기 음악 장르다.
구스만은 시날로아 주의 산간 오지 주민들 사이에서 부자의 돈을 훔쳐 빈자에게 베푸는 '로빈 후드' 이미지를 쌓았고 이는 라 벤타하의 노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남미 뉴스네트워크 텔레수르는 "슬픈 점은 마약 밀매상들이 정부보다 고용이나 기반시설 투자에 돈을 더 많이 써서 실제로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라며 마약 발라드가 인기를 끄는 배경을 지적했다.
라 벤타하의 보컬 겸 아코디언 주자 어빈 산체스는 "누구를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노래가 아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엘 차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구스만이 곧 다시 탈옥하리라는 내용을 담았다.
산에서 우는 사람들에게 화자가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은 금방 엘 차포를 풀어줄 테니까요. 만약 아니라면 엘 차포가 탈출할 겁니다. 이는 이미 증명됐죠"라며 달래는 식이다.
'곤살로 페나'라는 다른 가수는 "엘 차포는 여전히 살아 있으니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 놈들이 그를 원한다 할지라도 그에겐 분명히 계획이 있다"는 가사를 써서 탈출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들 외에 '콘훈토 디나미코'가 부른 '다시 체포된 제왕', '엘 모로'가 부른 '엘 차포 체포 3탄' 등도 최신 마약 발라드다.
마약 발라드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알프레도 리오스는 '엘 차포가 떨어졌네'라는 신곡 발매를 준비 중이다.
'엘 코만데르'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리오스는 구스만이 숨어 있다가 체포된 시날로아 주 로스 모치스의 비밀가옥 앞에서 이미 지난주에 공연했다.
영화배우 숀 펜과 함께 지난해 10월 은신 중이던 구스만을 인터뷰한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에 대한 노래도 나왔다.
페나의 노래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 대표적인데 "구스만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그녀를 수사하려 한다. 여자는 언제나 위대한 자의 약점이었다"는 가사를 담았다.
멕시코 정부는 2013년 리오스에게 벌금 8천 달러(약 971만 원)를 매기는 등 마약 발라드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마약 발라드 가수들은 마약 밀매상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돈을 받기도 하는 등 밀접한 관계라고 텔레수르가 전했다.
AFP통신은 그러나 마약 발라드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에 나온 행동과 너무 가까이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2006년 이후 멕시코에서 살해당한 마약 발라드 가수는 5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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