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서 반 트럼프 집회(AP)
"미국인들이 우리를 환영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빚진 무언가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 해병대 중사 에미르 하지치는 1995년 사라예보를 탈출한 보스니아 무슬림(이슬람교) 난민 출신이다.
그는 미국에 입국하자마자 자신의 고향의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되기를 희망하며 미 해병대에 입대했다. 8개 지역 근무를 마치고 여전히 해병대에 소속돼 있다.
하지치 중사는 "입대를 하면서 나의 빚은 물론 가족의 빚을 대신 갚게 됐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하지치는 요즘 혼란에 빠졌다.
그는 "우리(무슬림)는 균형잡힌 사람들로 우리의 가치 앞에서 늘 진실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 때문에 이런 우리의 가치를 배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내가 이민온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파리 연쇄 테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총기 테러 사건의 여파로 반무슬림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무슬림 전·현직 미군들의 생각과 우려를 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많은 무슬림 미국인들은 요즘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입을 한데 모은다.
최근의 미국 사회 분위기가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직후 겪었던 상황보다 더 나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미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잇딴 테러로 반 이슬람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무슬림을 믿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미군은 약 5천900명으로 전체 현역 및 예비역 군인의 0.27%에 불과하다.
무슬림 미군은 부대마다 몇명이 채 되지 않는 바람에 부대안에서 이슬람의 대변인처럼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 답변을 도맡아 하기도 한다.
이들은 편견과 반이슬람적 발언 등에 대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01년 해병에서 제대한 뒤 워싱턴 D.C.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이브라힘 하시는 "발언이나 표현들이 확실히 달라져 깜짝 놀랐다. 나와 가족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불안해했다.
하시는 최근 전·현직 군인들이 개설한 페이스북에 "유일하게 좋은 무슬림은 죽은 무슬림뿐"이라는 반이슬람 성향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샤디 하미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반이슬람 정서가 급등한 것은 알카에다 등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보다 훨씬 큰 두려움을 유발시키는 IS와 불가피하게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하미드 연구원은 "IS 처리문제와 이슬람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 공화당 정치인들의 강경 대응을 불려일으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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