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한인들도 테러 트라우마
▶ 낯선 사람 테러범? 의심 “총 사야 하나” 농담도
프랑스 파리 테러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주 LA 동부의 샌버나디노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한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총격범 부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추종한 미국 내 자생적 테러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테러 공포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한인들 테러 트라우마=이에 따라 일부 한인들 사이에선 한창 연말 할러데이시즌을 맞아 북적이는 대형 샤핑몰이나 극장, 공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기 두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형묵(45)씨는 “지난달 파리 연쇄테러 이후 이슬람무장세력 ‘IS’의 잇단 뉴욕 테러 위협 동영상이 공개 된 후 샤핑몰 등에 갈 때마다 섬뜩한 느낌이 드는데 연말을 맞아 샤핑을 안할 수도 없어 골치”라면서 “지인들 사이에선 ‘총은 총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총을 사야 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커졌다는 이들도 있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을 보면 겁부터 나는 경우다. 스티븐 최(42)씨는 “맨하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가 가끔 늦어진 적이 있는데 교통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것보다 총을 가진 괴한을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면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력 사건들이 장소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묻지마 사건’처럼 벌어지자 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학교는 물론 복지센터 등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안감 대처는=전문가들은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강력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불안감이 생기는 일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나만 느끼는 불안이 아님을 깨닫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면 평상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총기나 강력사건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곳은 되도록 피하는 등 조심성을 키운다면 오히려 불안감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샌버나디노에서 활동하는 마샤 웨시 가족치료 전문가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벌어지면 아이들도 많은 질문을 한다.
아이들은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진다면’이라고 생각해 더 두려워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죽은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한 곳을 만들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이야기해 보고, 부모가 곁에 있으며 너는 안전하다 것을 상기시켜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상심 유지가 중요=그러나 이처럼 일반인들이 막연한 테러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갖는 것이 바로 극단적 테러세력들이 노리는 목적이라며 오히려 이에 굴복하지 말고 일상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테러를 이기는 길이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파리 테러 이후 파리 시민들이 불안을 이기고 노천카페나 식당 등을 이용하자는 일상 회복 캠페인을 통해 테러에 대처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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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하•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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