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임종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는 사람으로 가족, 가까운 친지, 주치의가 있다. 그래서 주치의 의사들은 항간에 말하는 죽음의 질,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 ,품위 그리고 영혼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자주 가진다. 살생을 일삼던 여우도 마지막 숨을 거둘 때에는 조용하고 평화롭던 태어난 언덕의 보금자리에 눈길을 준다고 한다. 짐승도 생의 마지막을 경건하게 맞는 것이다. 하물며 인간으로서 삶의 연장선으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어 질수 있다면 이는 주위 사람에게 평생 기억될 각인과 같다.
‘죽는 날까지’와 ‘살아있는 날까지’라는 말은 동의어라고 한다. 삶과 죽음이란 손등과 손바닥처럼 뗄 레야 뗄 수없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생자필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통계상 죽음의 질을, 즉 품위가 지켜지고, 의료의 적절한 대우를 받는 등급을 매길 때 나라별로 1위는 영국, 다음은 오스트렐리아, 뉴질랜드 순이고 한국은 32위라고 한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생명연장 치료가 가능하게 되어 수많은 생명연장 기구들이 개발되었다. 인공호흡기, 인공 심장 박동기, 인공 심장, 장기이식, 줄기세포 등등, 이로 혼수상태나 의식이 희미한 시한부 환자들의 병상을 한 없이 지켜주는 힘든 과정도 생긴다. 이때, 환자 가족들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해달라는 지침과 함께 의사들의 첫째 본능인 치료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맞물려 끝없는 치료가 시작된다.
가족, 의사, 환자 모두 정신과 육체의 무게를 극복하려는 처절한 노력을 계속하지만 시한부 환자가 결국엔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정으로 이 과정들이 환자를 위한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삶의 질은, 품위는 유지 해주고는 있나? 확신이 없다. 의사나 가족은 환자,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해주었다는 심리적 위안은 받을 것이다. 이때 생명연장의 과정이 과연 환자를 위한, 환자가 원했던 것일까? 하고 자문 해보게 된다. 물론 혼수상태의 환자는 말이 없을 뿐.
시한부 말기 폐암선고를 받은 친척이 있다. 그는 타주의 형제들과 친지 집을 방문하여 일주일씩 같이 기거하면서 그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거의 추억을 돌아볼 뿐 아니라 이 힘든 시간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가지지 못 했을 귀중한 의미가 부여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소박한, 참으로 인간적인 소망을 이루어 가면서 생명연장 장치를 거부하고 삶의 마지막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죽음에 대한 뼈저린 이해와 생과 사랑의 의미, 이웃의 귀중함, 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체득한 것 같다.
지구라는 무대에서 주어진 배역의 화려한 연출이 끝나고 난후 조명 꺼진 쓸쓸한 무대 위에 남은 것처럼 인간은 허무하고, 고독하고, 가련한 존재가 되어 버리지만 동물과 달리 인간만은 생과 사랑의 공동유대 속에 엮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사랑을 터득한다면 인간다운, 아름다운 마지막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때의 사랑은 일차원적인 남녀 간의 관계만이 아닌 가족, 친척 이웃 나아가서는 전 인류애로 확산되어 갈수도 있다. 남겨진 신비의 삶(죽음에 임박해서 깨닫는 귀하고, 아름다움이 남는 시간)으로 충실하고 창조적이고 알차게 살아가는 더 큰 용기와 지혜의 기회가 주어진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 남겨진 시간 더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즉 오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바로 죽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의사는 질병 치료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삶의 의미에 도움이 될 충실한 대화를 나누고 장래 결정을 안내해 줄 시간도 의료행위에 할당해야 한다. 생사의 일선에 서 있는 의사들은 이를 위한 시간이 없이 바쁘다. 아니, 할당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이것이 또 다른 현대 의학의 딜레마이다. 살아있는 날과 죽는 날까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삶이 되도록 각자 자신의 영혼을 개발시킬 시간도 많이 우리 생활 속에 넣어야겠다.
<
최청원 /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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