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순 회장 측, 한국정부의 ‘분규단체’ 지정에 항의
홍윤선 시애틀한인회장도 동참

두 개로 쪼개진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총연)의 이정순 회장 측이 한국정부의 ‘분규단체’지정에 항의해 서울에서 가두시위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각 지역 한인회 전ㆍ현직 회장들의 모임인 총연은 올해 새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양분돼 이정순 씨와 김재권 씨가 각각 제26대 총연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 지붕 아래에 2명이 회장 직을 주장하면서 현재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한 상태다.

논란의 발단은 25대 이정순 회장이 연임을 원했고, 김재권 전 이사장이 회장 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양측간 다툼 속에서 총연 조정위원회는 지난 5월16일 167명의 정회원을 포함해 262명이 참석한 가운데 LA에서 임시 총회를 열어 김 전 이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정순 회장 측은 LA 임시총회는 불법이라며 같은 달 23일 정회원 112명을 포함한 137명이 참석한 별도 정기총회에서 이 회장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한편, 시애틀 한인회의 홍윤선 회장과 서용환 명예회장, 이광술 전 이사장 등은 이정순 회장 측에 동참했다. 서 명예회장은 이 회장 측 총연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홍 회장은 최근 정책 부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시애틀 및 서북미지역의 대부분 전ㆍ현직 한인회장은 물론 총연 서북미연합회 박서경 회장도 김 회장 측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갈등이 계속되자 한국 정부는 미주총연을 ‘분규단체’로 지정했고 각종 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현재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한인회장대회에도 이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홍 정책 부회장 등은 5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한국시간) 재외동포재단과 외교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조규형 동포재단이사장의 사퇴, 안호영 주미대사 및 강도호 워싱턴DC 총영사의 경질을 촉구했다.

이들은 “민족적 유대감으로 관계 정립을 해야 할 250만 미주 동포의 대표단체인 미주 총연을 일방적이고 부당한 ‘업무처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분쟁이 있는 단체’로 지정한 데 대해 심히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국 연방정부 내 독립적 사회단체이며 250만 미주한인 민족단체인 미주총연을 분규단체로 지정할 명분과 자격을 도대체 누구로부터 부여 받았는지 분명하게 밝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 많은 미주 한인들은 미주 총연이 한인들을 진정으로 대표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다, 한국정부의 ‘분규단체 지정’은 미국 연방정부의 합법단체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체적인 기준에 따른 것인 만큼 이들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옥상옥 같은 단체가 마치 한인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한인들의 명예를 오히려 실추시키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